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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시청문회법, ‘소관 현안’ 범위 모호…오남용 불보듯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상임위 자체 의결 필요) 한 ‘국회법 개정안(이하 상시청문회법)’이 지난 23일 정부로 보내진 가운데, 당정은 특히 ‘소관’이라는 단어의 모호함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18개 상임위가 장ㆍ차관 등 130여명의 정무직 공무원이 일하는 행정부 전체(17부ㆍ5처ㆍ16청)를 견제하는 현재 구조상 업무 중첩이 불가피하며, 모호한 ‘소관 현안’의 정의로 인해 같은 내용으로 두, 세 번씩 청문회에 불려나갈 것이 뻔하다”는 게 정부ㆍ여당 관계자의 지적이다. ‘여소야대’ 정국 아래서 야당 상임위원들이 법안 반대 위주의 청문회를 남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률안 심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만으로도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상시청문회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소관 현안’의 범위다. 기존 국회법은 여야가 ‘중요 사안’이라고 합의한 현안에 대해서만 국정감사ㆍ국정조사ㆍ법률안 심사용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열린 ‘한ㆍ미 FTA 청문회’와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치유 청문회’, 18대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청문회’, 19대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정리해고 청문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확산, 진상 규명이 필요한 경우에만 청문회가 한정적으로 열린 셈이다. 반면 상시청문회법에 따르면 어떤 사안을 ‘소관 현안’의 범주에 넣어 상임위 차원에서 의결만 해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 과반 의석을 점유한 야권(더불어민주당 123, 국민의당 38, 정의당 6, 야권 성향 무소속 2)이 공조할 경우 ‘무한 청문회’가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소관 현안’으로 청문회 대상 범위를 넓힌 것과는 달리,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범위를 한정하지 않은 것도 상시청문회법의 문제다. 김상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삼권분립 체제 아래서 입법부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작용도 우력된다”고 지적했다. 상시청문회법이 오남용될 경우 우리 정치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범위를 절차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도 상ㆍ하원 상임위원회에서 상시 청문회가 열리지만, 청문회의 목적과 범위를 명문화해 악용을 막고 있다. 우리도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이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며 자중론을 내세웠지만, ‘구두계약’에만 의존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야권의 청문회 개최 압박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정부와 여당으로선 과거와 달리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특히 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의 경우엔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안 되더라도 위원장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고, 야당의 힘으로 가결시킬 경우 청문회를 개최하는 게 가능해지게 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시청문회법은)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사안이 아니다.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하든 말든 왜 청와대가 거부하느냐”고 따지며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 국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정부의 공표를 촉구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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