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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드게임의 효과]⑤평면·입체도형의 이해
[헤럴드분당판교=김미라 교육부장]초등학교 평면도형과 입체도형 단원만큼 교구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단원도 없다. 도형의 추상적 정의를 어려워하는 저학년일수록 그림과 실제 물건으로 체험하며 개념을 학습하게 돕는 수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2학년 수학 교과서의 도형 단원에서 주된 활동 중 하나는 주변 사물에서 도형을 찾는 것이다. 삼각형이 무엇이고 원이 무엇인지, 실제 물건을 보고 만지면서 개념을 깨우치도록 돕고 있다.

초등 교과서에 특히 자주 등장하는 교구는 칠교판이다. 칠교판은 도형을 이해하고 공간 지각력을 깨우치는 데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초등 저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빈번하게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유다. 칠교판을 이용한 칠교놀이는 원래 동아시아 지역의 오래된 퍼즐이다. 오늘날과 같은 칠교놀이는 중국 청조 말에 등장했다.

주어진 조각을 사용해 특정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 놀이의 목적이다. 상대가 지정한 형태를 제한 시간 내에 완성하면 점수를 얻는다. 칠교 놀이는 현대 보드게임에도 자주 활용된다. 대표적인 보드게임으로는 '셰이프 바이 셰이프'와 '에니그마'를 꼽을 수 있다.

두 게임 모두 초등2학년 여러가지도형 칠교판초등 4학년 사각형과 다각형(칠교판)과 연계되며, 특히 에니그마는 추가로 초등6학년 여러가지 입체도형과도 연계된다.

◇전통의 재해석_셰이프 바이 셰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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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교 놀이처럼 주어진 조각들로 퍼즐을 맞추는 게임 '셰이프 바이 셰이프'.(사진: 코리아보드게임즈)


셰이프 바이 셰이프는 칠교 놀이와 매우 흡사하다. 놀이 방식부터가 그렇다. 셰이프 바이 셰이프는 칠교 놀이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조각으로 특정 형태를 만드는 퍼즐이다. 조각의 모양도 비슷하다. 두 퍼즐의 조각 모두 삼각형들을 조합해서 만들었다.

물론,칠교 놀이에 없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도 있다. 우선 각 조각의 모양이 칠교 놀이에 비해 다양하다. 조각을 이루는 삼각형은 직각이등변삼각형으로, 이 삼각형을 2개 혹은 3개 합쳤을 때 나올 수 있는 모든 모양이 셰이프 바이 셰이프에 있다. 때문에 셰이프 바이 셰이프는 '측정'과 '비교' 활동을 하기에 칠교 놀이보다 더 수월하다.

셰이프 바이 셰이프의 조각을 조합해 어떤 도형을 만들면, 그 도형의 넓이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각 조각이 모두 동일한 이등변삼각형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각 조각을 이등변삼각형으로 나누고 개수를 세어 보는 활동을 통해 아이는 모양이 다른 도형이라도 넓이가 같을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정사각형 틀에 있다. 셰이프 바이 셰이프를 풀 때 모든 조각은 정사각형 틀 안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의도된 제약이며, 수학적 교훈이 숨어 있다. 퍼즐을 푸는 아이는 곧 재미있는 법칙을 체감하게 된다. 각 조각에는 피해야 할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반복하지만, 셰이프 바이 셰이프의 모든 조각은 직각이등변삼각형의 조합이다. 이 삼각형의 빗변을 3배 하면 정확히 정사각형 틀의 각 변과 일치하는 반면, 직각을 이루는 두 변은 아무리 더하더라도 틀의 변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나이가 어리다면, 이등변삼각형 각 변의 길이를 재어 비교하는 식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다. 빗변이 아닌 변을 포함하는 어떤 조합도 정사각형 틀의 각 변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직 빗변에 해당하는 조각의 변만 틀 가장자리와 수직 혹은 수평이 되도록 놓일 수 있다.

셰이프 바이 셰이프는 일본인 놉 요시가하라가 만들었다. 그는 저명한 퍼즐 제작자로, 현대 퍼즐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유명한 '캐스트 퍼즐'의 창안자이며, 슬라이드 퍼즐의 일종인 '러시아워'도 이 사람의 작품이다. 셰이프 바이 셰이프는 그가 위에서 언급한 특징을 칠교 놀이에 추가함으로써 전략적 고민을 획기적으로 넓힌 퍼즐이다. 가히 전통의 재해석이라 할 만하다.

◇게임 하나에 다양한 퍼즐_에니그마
에니그마는 핀란드에서 처음 제작되었고, 이후 독일의 조흐(Zoch)사가 디자인을 일신해 재출간했다. 에니그마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하나로 다양한 퍼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퍼즐은 총 4종류이다. 사칙 연산, 평면 도형, 입체 도형 등의 주제를 다룬다. 즉 초등 수학의 여러 단원이 에니그마에 다 녹아 있다.

에니그마의 퍼즐 중 하나는 칠교 퍼즐이다. 이 퍼즐은 초등 수학 평면도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칠교 놀이와 동일하다. 입체도형 학습과 연계할 수 있는 퍼즐도 있다. 건축 퍼즐은 위에서 보았을 때 원하는 모양이 나오도록 입체 건축 조각을 쌓는 퍼즐이다. 초등 6학년 '여러가지 입체도형'에서 다루는 문제와 비슷하다.

균형 퍼즐은 사칙연산, 특히 배수 개념을 익힐 때 좋다. 일정한 무게의 추를 사용해 양쪽 저울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퍼즐이다. 배관 퍼즐은 특정한 단원에 직접 활용되긴 어렵지만, 문제 해결력과 공간 지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주어진 파이프 타일로 각 파이프를 끊김 없이 연결하는 퍼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으로서 에니그마는 다른 보드게임처럼 승자와 패자가 있다. 경쟁이 있고,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5점의 점수를 가장 먼저 얻는 사람이 이기는데 점수를 얻는 방식이 흥미롭다. 조각 타일을 놓으며 그림을 완성하고, 완성된 그림에 따라 점수를 얻는다. 득점 과정조차 치밀한 계획을 요구하는 하나의 게임이다.

에니그마의 퍼즐은 총 108개의 타일에 각각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독특하게 생긴 기계장치 그림이 보인다. 동력원과 연결부로, 합해서 동력장치로 불린다. 일정 시간 내(보통 모래시계를 사용한다)에 퍼즐을 푼 사람만 득점 기회를 갖게 되고, 자신의 타일을 뒤집은 동력장치 그림을 다른 타일 그림과 연결한다. 이 때 방금 놓은 타일의 동력원 위에는 자신의 기술자 말을 하나 놓아도 된다. 점수는 궁극적으로 이 기술자 말로 얻는다. 기술자가 있는 동력장치가 완성되면, 기술자가 있던 동력원과 같은 동력원 수만큼 점수를 얻는다.

이와 같은 득점 방식은 에니그마를 재미난 게임으로 이끈다. 결국에는 동력장치를 완성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으므로 "내가 지금 이 퍼즐 타일을 풀어야 다른 사람에게 좋은 타일을 주지 않을 수 있지" "잘 풀지 못하는 종류의 퍼즐이지만, 고득점을 위해서는 필요한 타일이야"와 같은 전략적 판단을 계속 하게 된다. 자칫 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퍼즐에 게임 고유의 긴장감을 더한 것이다.

에니그마를 보면 게임이란 형식이 갖는 유용함을 알게 된다. 그저 칠교 놀이였다면 수업 시간 잠깐 해보는 것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칠교 놀이에 현대 게임의 재미를 더하면서 수업 후 체험 활동에 지속성을 부여했다.

b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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