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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별의 초보엄마]②친구 만들기
[헤럴드분당판교]매주 화요일은 판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 가는 날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나뉘는 수업이어서 어느덧 봄학기가 끝나간다. 이때쯤 엄마들에게는 또 한번의 수강신청 전쟁이 시작된다.

◇문화센터는 엄마들의 전쟁터
수강신청 전쟁은 비단 대학생만의 몫이 아니다. 문화센터 역시 수강 신청일에는 번호표를 뽑고 2~3시간 대기하는 게 기본이다. 기존 수강자는 인터넷 수강신청도 가능하지만, 새로 이 곳을 찾는 사람은 무조건 방문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책자를 열심히 읽어보고 인기 강좌를 물어보며 줄을 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일찍 마감이 끝나 대기자 명단에 예약한 후 등록자가 수업을 취소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아기 엄마로서 아기 프로그램에 맞추어 신청한다. 오전에 수강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이의 기상시간이 시작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일단 아기가 잠에서 깨면 아침을 먹인다. 아침식사 시간은 절대적으로 아기에게 맞춰야 한다. 어르고 달래며 “맛있지? 한입만 더 먹자. 아~ 제발 한입만 더 더 더...”. 돌이 갓 지났기에 분유 먹이는 걸 줄여야 한다. 분유나 모유에 길들여진 아기에게 이유식 먹이는 훈련은 정말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유식에 범벅이 된 아기를 씻고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히고 가방을 싼다. 분유, 이유식, 간식, 기저귀, 물... 또 뭐가 빠졌지? 아 맞다 손수건! 이렇게 아기의 준비가 모두 끝나면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아기를 안고 세수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우유 한 잔 마시고 아기띠를 매고 유모차를 끌고 길을 나선다. 유모차로 가는데 왜 아기띠 까지 매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유모차를 잘 타다가도 어느 순간 안아 달라 보채고 울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방탄복처럼 장착을 해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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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아기들과 엄마들(사진: 박제스민)



◇엄마들 사귀기의 기본은 '마음 열기'
부랴부랴 수업시간에 맞춰 도착한다. 엄마들과 눈인사를 나눈 후 미끄러울까봐 아기 양말을 벗긴 뒤 수업을 시작한다. 거의 아기수업이지만 엄마의 육체적인 노력이 절대적이다.

“자, 하늘을 날아볼까요? "자, 개구리처럼 점프해 볼까요?”

아기들이 어떻게 날 수 있으며 점프를 할 수 있냔 말이다. 그래도 엄마들은 있는 힘껏 아기를 들어 올리고 점프를 시킨다. 40대에 첫 출산한 나만 힘든 것인가. 하지만 수업시간 내내 나를 비롯해 20대 30대 할 것 없이 모두 아이를 들어 올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면 “윽! 윽!”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여기저기서 엄마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더 힘차게 외친다.

“자 엄마되기는 힘든 거에요! 하나 둘, 하나 둘, 번쩍 드세요!"

수업은 아기의 나이에 맞춰 40분간 진행된다. 역할극, 촉감놀이, 단어놀이 커리큘럼에 아기들을 참여시킨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1년밖에 안된 아기들이어서 수업시간에 잠들거나 떼쓰는 아기는 기본이고 교실이 떠나가라 우는 아기, 기는 아기, 걷는 아기 등 다양한 아기들이 수업을 함께 한다.

이곳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임산부 교실, 조리원 등에서 만났거나 동네 친구끼리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혼자 찾아온 엄마도 많다. 문화센터 수업을 통해 아기의 친구도 만들고 엄마 역시 친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등록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먼저 말걸기를 조심스러워 한다. 혼자 온 아기엄마들이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이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먼저 마음을 열어라!’ 이다. 공통점을 가진 엄마들은 상대방에게 호의적이지 절대 반감을 갖고 대하진 않는다. 나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그들에게 다가갔기에 나와 아기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다른 전쟁, 아기와의 점심식사
수업이 끝난 후 지친 엄마들에게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아이와 점심식사를 어디서 먹을 것인가?’ 이다. 점심시간에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백화점 식당에서는 유모차 무리들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식사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기의 컨디션에 따라 식사시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유모차 군단이 식당을 들어설 때면 직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다.

새로 들어선 이 곳 식당가는 수업을 듣는 엄마뿐 아니라 약속 장소로 많이 찾기에 대기시간이 보통 1시간은 기본이다. 그러므로 주로 지하 1층 푸드코트를 이용한다. 번호표와 진동벨을 가지고 아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편한 테이블을 찾은 후 새로운 쟁탈전에 돌입한다. 아기의자 쟁탈전이다. 이제 막 숟가락을 잡기 시작한 아기들에게 안전벨트가 있는 아기의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푸드코트는 선착순으로 아기 의자를 확보해야 되기 때문에 엄마들은 빠른 눈굴림과 몸동작이 필수다.

이렇게 확보한 아기의자에 아기를 앉힌 후 아기와 밥을 먹는 건 정말 다양한 전략과 심리전이 동반된다. 일단 숟가락을 잡기 시작한 아기의 주변은 밥과 반찬이 날아다니므로 엄마는 또 다른 숟가락으로 아기의 입에 밥을 넣어준다. 아이가 밥을 우물우물할 동안 엄마는 밥을 부랴부랴 먹는다. 나는 보통 4명에서 5명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모두들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아기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하루하루 성장해 나간다. 수업을 통해 웃기도 하고 친구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을 나누며 교감해 나간다. 엄마들이 이러한 전쟁들을 치루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게 이 이유 때문은 아닐까.

박제스민 violethu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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