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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 박성현, 자꾸만 강해진다…세번째 무기 ‘멘탈’까지 장착 완료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마치 알파고같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겨뤄 승리한 구글의 알파고에 세계인들이 경악한 이유 중 하나는, 실전을 거듭하면서 약점을 보완해 이를 상대를 압박하는 무기로 변환시키는 능력 때문이다.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지배하고 있는 ‘장타여왕’ 박성현(23)에게서 이런 모습이 보인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박성현이 자신의 장점에 또 하나의 경쟁무기를 장착하며 독주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박성현은 22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서 김지현(25)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시즌 4승째를 챙겼다. 프로 통산 7승째. 지난해 3승을 거둬 올해 1차 목표로 삼았던 4승은 일찌감치 완수했다. 박성현은 현재 다승(4승), 상금(5억2767만5000원), 평균타수(69.47타), 대상 포인트(224)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4월 삼천리 투게더오픈,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까지 3전3승, 승률 100% 행진을 펼쳤던 박성현은 최근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공동 19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7위로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꿈이었던 ‘매치퀸’에 오르며 박성현의 클라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음을 보여줬다.

매치플레이는 1대1 플레이를 하면서 고도의 집중력과 실수 없는 플레이, 심리전까지 필요로 하는 데다 16강에 오르면 하루 36홀을 도는 강한 체력을 요하는 경기방식이다. 박성현은 김지현과 결승전서 16번홀까지 2다운으로 끌려가 도미 상황이 됐다. 17번홀서 비기면 그대로 패하는 위기. 박성현은 체력이 떨어진 듯 샷이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17번홀(파4) 두번째 샷을 홀컵에 넣을 뻔한 이글성 버디를 기록하며 기사회생한 박성현은 18번홀(파5)에서는 1m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반면 김지현은 100m 거리에서 친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를 기록하며 승부는 연장으로 갔다. 박성현은 매서운 기세를 이어가 3m 버디 기회를 만들었고 이를 기어코 홀컵에 떨어뜨리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성현은 16번홀에서 패한 뒤 “이대로 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반반씩 들었다”면서 “져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포기하기는 싫었다”고 했다.

지난해 3승을 특기인 장타로 만들어냈다면 올해는 약점으로 여겨졌던 쇼트게임을 겨우내 갈고 닦아 우승으로 연결시킨 게 컸다. 드라이버 평균비거리는 여전히 1위(267.31야드)이며 지난해 74위(31.15개)였던 평균 퍼트 순위가 11위(29.80개)로 뛰어올랐다. 여기에다 위기에 더 강해지는 승부사 기질,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멘탈까지 더해져 무적 시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긴장한 나머지 우승을 결정짓는 1m 파퍼트를 놓쳐 연장전서 이정민에 패했던 박성현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2012년 프로 데뷔를 앞두고 시드전을 치르기 위해 전남 무안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을 다치고 맹장 수술을 받는 등 불운이 잇따랐을 때도 박성현은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다. 더 잘해서 다시는 시드전에 나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박성현은 이날 우승 후에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했다.

박성현의 다음 목표는 6월 중순 열리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2연패다. 박성현은 “프로 첫 우승한 대회이기도 하고, 그 대회서 2년 연속 우승한 선수가 없다고 들었다. 이 대회서 2연패하는 첫번째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새 무기를 장착하며 자꾸만 강해지는 박성현의 독주 행진이 흥미롭기만 하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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