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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막말 정치인 득세시대라는데…
막말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지구촌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거머 쥔 도널드 트럼프가 그 중심이라 할수 있다. 그가 어떤 말들을 쏟아냈는지는 새삼 언급할 것도 없다. 공화당 내부에서 조차 “가장 준비 안된 후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트럼프의 대선 후보 확정을 두고 ‘공화당의 자살’이라는 또 다른 ‘막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대세가 됐고, 이제 관심은 힐러리 클린턴과의 맞대결 결과 여부다.

‘필리핀판 트럼프’ 도르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市) 시장은 아예 대통령이 됐다. ‘범죄 소탕’을 핵심 공약으로 내 건 그는 이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범죄자의 시체를 빨랫줄에 널어버리겠다”는 등의 막말로 지지도를 끌어올려 판을 뒤집었다.

뿐만이 아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절차가 시작된 브라질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사회기독당 소속 하원의원이 있다. 시리아 난민을 ‘인간 쓰레기’로 비하하는 등 여성과 이민자, 동성애자에 대한 막말로 유명세를 타면서 차기 대선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이슬람 난민은 모두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랑스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는 지방선거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대권을 넘보고 있다.

이들 막말 정치인의 주류 세력에 끼이지 못하는 정치판의 변방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그저 바람기 많은 졸부의 허풍으로 여겼을 뿐이다. 지방검사 출신인 두테르테 당선자는 상원의원 1명이 전부인 군소정당 후보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도 더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야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기득세력의 벽을 넘어 서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행위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막말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극화의 심화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분노한 민심의 폭발이라는 게 정치ㆍ사회학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는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적대감의 한 형태라는 해석이 더 와 닿는다.

최악의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 근절되지 않는 범죄와 테러, 부패와 탐욕, 지독한 가난 …. 숱한 과제가 널렸지만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기존 정치세력은 단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지긋지긋한 무능함에 대중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도 막말 정치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지만 종국에는 갈등의 골을 더 깊게하고 혼란과 불확실성만 증대시킬 뿐이다.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낸 총선에 이어 한국도 곧 대선전이 시작될 것이다. 당내 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접전이 예상된다. 물론 막말로 표심을 얻겠다는 엉뚱한 후보자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여 ‘유사 트럼프’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정치인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워낙 빈약하기에 하는 말이다.

- 정재욱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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