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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빌게이츠ㆍ스포츠ㆍ집 향한 래리앨리슨의 못말리는 승부욕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이기면 이길수록, 더 이기고 싶어질 것이다”

하버드대학이 뽑은 최고의 기업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7번째 부자. 자산 470억달러(54조9000억원)의 주인공 래리앨리슨(Larry Ellisonㆍ71)이 한 말이다. 모바일, 클라우드, 비즈니스 등에 종합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라클(Oracle)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그는 미국의 많고 많은 기업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승부욕이 강한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래리앨리슨

일류 기업을 이끌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고집과 승부욕이 필요하다. 하지만 래리앨리슨은 ‘실리콘밸리의 사무라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그 경쟁심리가 유별나다. 그는 ‘적’이란 단어를 정의할 때도 강한 승부욕을 감추지 않는다. “착한 것은 좋다. 단, 적 앞에서만큼은 절대 안 된다. 그들은 행복으로 이끄는 내 성공을 빼앗는 훼방꾼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착해지기 전에 먼저 적을 때려눕혀라.”

이 말은 곧 래리앨리슨의 공공연한(?) ‘적’, 빌게이츠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양대산맥을 이룬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 항상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최고경영자 시절, 래리앨리슨은 오라클의 직원들에게 늘 “빌게이츠를 치고 올라가라”고 주문했다. 오랫동안 그를 주시해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최고기술경영자(CTO) 네이션 미어볼드(Nathan Myhrvold)는 “래리 앨리슨은 빌게이츠를 이기는 것에 혈안이 돼 있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로 앨리슨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산업 스파이’ 활동을 벌인 적이 있다. 2000년 미국 정부와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공격하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협력사 건물에 들어간 ‘스파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소송과 관련된 서류들을 훔쳐갔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앨리슨은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MS는 뇌물을 이용해 반독점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려 했다”며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래리 앨리슨이 ‘아메리칸 컵 2013’에서 우승한 오라클 USA 요트팀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나는 우승에 중독됐다” 약육강식 스포츠 세계 넘보는 억만장자=
래리앨리슨의 ’이기기 위한 사투’는 사업에만 통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그의 가장 열렬한 취미는 요트. 오라클의 후원을 받는 ‘오라클 팀 USA’의 광팬인 그는 국제 요트경기 ‘아메리칸 컵’을 보기 위해 2013년 오라클의 신제품 발표 현장에 불참하기도 했다. 회사의 신제품 출시보다는 눈앞에 닥친 승부가 더 중요해서다. 앨리슨의 열성 덕분인지, 오라클 팀 USA는 아메리칸 컵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그가 단순히 이기기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그는 빠르고 큰 요트를 연구하고 제작하는 데 자기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결국 시간당 50km를 항해할 수 있는 쌍동선 요트를 개발해 오라클 팀 USA에 전달한 바 있다.

앨리슨은 최근 또 다른 스포츠 테니스에 빠졌다. 2009년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그룹이 후원하는 테니스 대회 ‘인디언웰스 마스터스’를 1억달러에 매입하고, 1억달러를 따로 투자하기까지 했다. 그는 미국 프로 테니스의 수준을 높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테니스 대회를 만들고 싶다며 투자이유를 밝혔다.
 
체이스 센터

반대로 지나친 승부욕이 또 다른 스포츠 ‘사업(?)’에 제동을 건 경우도 있다. 자신의 고향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가 홈타운인 미국 프로농구 NBA의 구단주로 올라서는 것엔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NBA 하위권이었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리그 챔피언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농구 역사상 최대 매입값을 부르며 구단주에 도전했지만, 2010년 당시 전 구단주였던 크리스 코헨(Chris Cohan)의 거절로 쓴맛을 봤다. 그는 “항상 이기려고만 하는 내 습성이 패인이었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한 번의 실패는 겪었지만 쉽게 주저하지 않았다. 1만8000석 규모에 달하는 워리어스의 새 홈구장인 ‘체이스 센터’에 10억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는 NBA 구장 중 최고 금액을 기록한 브루클린 네츠의 바클레이스 센터(2억달러)를 넘어서는 가격이다. 다가오는 2018-19시즌에 워리어스의 약진을 기원하는 그의 바람이 들어가 있다.

▶저택ㆍ예술ㆍ일본매니아=그의 또 다른 별명은 ‘집 애호가’다. 리조트, 섬, 저택, 레스토랑, 클럽, 스포츠 경기장 등 세계 각지의 부동산 40여채 이상이 그의 소유다. 말리부 해안가에 10여채의 부동산을 한꺼번에 사들이는가 하면, 예술을 사랑해 이미 매입한 집들을 박물관으로 개조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에 현대박물관, 19세기 유럽박물관,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관을 등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하와이주의 라나이섬 면적의 98%를 2012년 3억달러에 사들인 적이 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그가 부동산에 투자한 것 중 제일 높은 값이다. 그는 섬 일부 면적을 친환경 생태도시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고대 황궁을 연상시키는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저택

여기에 그의 ‘저택 사랑’을 종결 지을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16세기 일본 황궁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집이다. 그는 평상시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다도와 검도를 즐길 만큼 일본사랑이 대단하다. 총 면적 9300㎡ 대지 위에 지어진 이 집에 들어간 돈은 1억달러(약 1170억원), 구입부터 완공까지 총 10년이 걸렸다. 건축 당시 그는 일본에 오랜 유학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고용해 “마치 신이 수백년 전 이곳을 지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본을 연출하라”고 주문까지 했다.

앨리슨은 아예 일본 교토에 옛 귀족과 고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초호화 저택을 8600만달러에 마련한 전력도 있다. 말리부 해안엔 일본 전통 레스토랑을 열었으며, 교토 난젠지엔 일본 미술관을 세울 계획이다. 항간에는 말리부에 있는 저택 중 2000만달러에 사들인 곳을 일본식 호텔로 개조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그는 세계적인 일본 중세갑옷 및 투구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래리앨리슨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이탈리아 제트기 마체티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악동사업가=
앨리슨은 특이하게도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부자들하고는 다른 취미가 하나 더 있다. 비행기를 수집한다. 직접 조종해보기 위해서다. 한번은 그가 소장한 이탈리아에서 만든 오래된 전략폭격용기 마체티(Marchetti)를 밤사이 조종하다가 심한 소음때문에 이웃주민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말 많은 ‘악동’이지만 자선사업엔 누구보다 앞장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가다. 하버드대학교에 1억1500만달러를 기부하고, 2007년 미군의 아파치 헬기로부터 무인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총 1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특히 그렇게도 경쟁심리를 갖고 있던 빌게이츠와 워렌버핏(Warren Buffett)이 만든 자선재단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하며 성숙한 자선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더기빙플레지는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단 의미로 만들어진 재단이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가장 궁금해한다”는 래리앨리슨.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71살의 나이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의 승부욕이 밉지 않은 건 ‘열정’의 또 다른 이름으로 많은 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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