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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악동뮤지션,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새삼스러운 일상의 발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주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사소함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연애를 시작할 때 그 순간을 만난다. 어느날 찾아온 사람은 견고하게 쌓아올린 자신의 세계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취향, 습관, 지식과 같은 것들. 누군가의 세계를 받아들이며 한 사람의 일상을 상상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날들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

감정의 변화를 겪지 않고도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을 반짝거리게 매만지는 일은 쉽지 않다. 고단한 어른의 시간에서 일상의 기적을 발견하기엔 피로가 너무 큰 탓이다.

“수많은 생물 중에 인간”이라 “참 다행”(‘사람들이 움직이는게’ 中)이라는 사고는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다. 혼자 움직이지 못하는 장난감, 이리 저리 치이고 구르는 돌덩이의 삶이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은 의지를 가진 생명에 대한 감탄이다. 생동감 있는 가사, 경쾌한 리듬에 어깨가 절로 움직인다. 새 앨범을 발매하고 2년 만에 돌아온 국민남매 악동뮤지션을 만났다.


“홍대를 지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북적북적했어요. 차를 타고 지나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가만히 보고 있으니 관절, 심장은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은 어쩌면 사춘기 아이들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중2병 아이들이요. 그러다 난 매사에 어떻게 살고 있지 싶은 의문점이 들더라고요.” (이찬혁)

더블 타이틀곡 ‘사람들이 움직이는게’는 이렇게 태어났다. “YG콘서트에서 사람들은 방방 뛰는데 우리 노래 중엔 그런 게 없어, 신나게 놀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는 마음이었다. “팔다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다.

2012년 ‘K팝스타2’(SBS)로 주목받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오빠 이찬혁이 스무살, 동생 이수현이 열일곱 살이 됐다. 남매의 모습은 YG 소속 아티스트답게 조금 더 세련돼졌고, 성숙해졌다. 그러면서도 싱그럽다. 음악엔 소년소녀의 청량함이 여전하다. 순수한 사고구조엔 현실의 때가 묻은 어른들의 마음을 세게 두드리는 힘이 있다. 세심한 관찰력과 흔치 않은 표현력이 빛난다. “순수함은 저희가 쭉 가져가야할 목표예요. 10대 때는 그 모습을 청량함으로 표현했는데, 청량함이 순수함은 아니잖아요. 순수함을 표현하는데 있어 청량함을 사용할 것 같아요. 어른스러운 모습보다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담고 싶었어요.”(이찬혁)

지난 4일 나온 새 앨범 ‘사춘기(思春記) 상(上)권’은 이번에도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수록곡들은 차트 10위권에 들었다. “악동뮤지션은 어떤 노래를 해도 좋아해줄 거란 말은 위로가 됐지만 부담도 있었어요. 1위를 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이유는 제가 제 노래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거니까요. 제 것을 고집해도 답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인 거죠.”(이찬혁)

연애, 사랑, 이별 없이 악동뮤지션은 아주 드물게 일상을 노래할 줄 안다. 때로는 세상 속의 자신이 ‘외계인’(‘주변인’ 중) 같은 때도 있지만 ‘초록창가’에 기대서면 ‘사소한 것에서’ 아주 ‘새삼스럽게’ 달리 보이는 보통날들이 있다. “영감이라는게 실제로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여러 생각 중 하나를 골라 노래를 만들어요. 우린 일상을 노래할 뿐이에요.”(이찬혁)


그 많은 생각에 ‘봄’이 왔기에 이번 앨범의 제목은 ‘사춘기’로 정했다. 동생 이수현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오빠 이찬혁의 ‘뮤즈’가 됐다. 동생이 경험한 사춘기의 감성들에서 포착한 일상이 앨범에 담겼다. “사춘기 당시 아이들의 마음, 사춘기를 지난 사람들 입장, 초심, 첫마음”을 담은 앨범이다.

“전 몽골의 열악한 환경에서 사춘기를 보냈어요. 사춘기는 지났지만 ‘중2병’의 감성은 곡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해요. 중2병에 걸린 아이들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거든요. 다른 말이 나오고, 삐뚫어진 말이 나와도 그건 생각하는게 달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예요. 평생 ‘중2병’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싶어요.” (이찬혁)

오빠의 노래에 얹어진 동생의 무기는 더 성숙해졌다. “재즈부터 알앤비, 팝을 들으며 한 곡 한 곡 외운” 덕분이다. “여러 가지 목소리와 창법을 만들고 싶었어요. 순수하고 깨끗하게 기교 없이 부르는 노래를 다시 하고 싶었고요.” (이수현)

서로를 ‘쓰담쓰담’ 하며 살갑게 구는 남매는 아니라고 한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일도 드물다. 두 사람은 하지만 악동뮤지션은 이찬혁, 이수현이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누가 더 뛰어난게 아니라 같이 해야만 하는 사이인 거죠.”(이수현)

오빠는 작사 작곡을 시작한 동생을 처음으로 칭찬했다. “초반엔 저의 스타일을 많이 따라했어요. 피아노를 잘 치는데 굳이 기타를 치고, 소재와 코드를 가져다 쓰길래 제 아류구나 싶어 외면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자기 스타일이 만들어져 있더라고요.”(이찬혁)

“절대 칭찬 안 해주다가 꼭 인터뷰 때만… 하하. 오빠는 너무 잘 하죠. 어릴 때부터 항상 좋다고 했고요. 그게 잘못이었나봐요.”(이수현)

“서로를 인정하지 않아 끊임없이 싸움이 된다”지만 티격태격 하는 귀여운 남매는 언뜻 언뜻 다른 별 사람들처럼 보인다. 악동뮤지션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영역이 특별하다는 전제가 바탕하기 때문이다.

“‘K팝스타’에서 ‘다리 꼬지마’, ‘매력 있어’를 보여드리자 마자 크게 떠버렸어요. 악동뮤지션의 이미지로 굳어지더라고요. 한 이미지에 갇혔던 때도 있었어요. 1집 때도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그게 악동뮤지션의 색깔이라고 하세요. 2집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우리 색깔이라고 인정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엔 재즈를 시도했지만 다음엔 힙합, 트로트, 록도 할 수 있어요. 장르를 넓혀가는 거죠. 음악은 매개체이자 통로이고, 그 안에 담는 메시지가 더 중요해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악동뮤지션의 음악이에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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