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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카드, 대선을 흔들다 ②]필리핀 판 트럼프…아시아의 호랑이가 흔들린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최근 경제 상황 개선으로 ‘떠오르는 호랑이’로 불렸던 필리핀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로 암초를 만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유력 대선주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의 독단적인 리더십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하게 꺾인 필리핀 경제의 암흑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의 병자’로 불렸던 필리핀은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의 집권 이후 경제가 서서히 되살아났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0~2015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했다. 1972~1977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부활을 이끈 아키노 대통령은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없다. 필리핀은 6년 단임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www.philstar.com]

블룸버그통신은 과연 차기 대통령이 아키노 대통령의 경제적 성취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부패에 맞서 싸울 수 있을지, 마닐라의 교통과 사회기반시설 문제는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거친 언사와 비상식적인 발언, 인권 문제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두테르테 시장의 대선판 등장에 정치ㆍ경제적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과거 시장 시절 자경단을 운영해 범죄자 1700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막말로는 미국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뛰어 넘는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지난해 1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는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욕했다. 유세장에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비판을 가한 호주와 미국 대사에게 “입을 닥치라”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경고했다.

그럼에도 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치안 문제 때문이다. 두테르테 시장은 6개월 안에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적극적 유세를 펼쳤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할 것”이라며 자신이 22년간 시장으로 재직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집권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잦은 강력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두테르테 시장에 환호하고 있다.

독단적 리더십의 두테르테 시장이 당선될 경우 필리핀의 정치ㆍ경제적 상황 개선에 따라 최근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던 리턴족들이 다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70년대 이후 경제가 기운 필리핀에서는 의사나 학자, 전문기술직 종사자 등 소위 화이트칼라층까지 더 높은 연봉과 안정된 생활을 위해 기회가 되면 주저 없이 필리핀을 떠났다. 이 때문에 ‘두뇌 유출’은 필리핀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 국내 상황이 안정되면서 이들이 귀국 트렌드가 뚜렷해졌다. 아키노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업적 가운데 하나로 ‘탈(脫) 필리핀 감소’를 꼽을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이 창업하거나, 기존 업체의 임원 등으로 발탁되면서 필리핀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 대선 결과가 이런 경향이 지속될 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으로 필리핀이 또 다시 아시아의 병자라는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필리핀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재선을 염두에 두고 방만한 지출로 재정 위기를 자초하고, 부패가 만연해지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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