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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카드, 대선을 흔들다 ①]월가가 그토록 트럼프를 두려워 하는 이유는?…‘글로벌경제’ 근간이 무너진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3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에서 큰 승리를 거두며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자리를 차지했다. 트럼프의 승리에 쐐기를 박게 한 가장 큰 동력으로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만’이다. 실제 인디애나주 유권자 10명 중 9명은 ‘경제’를 우려했다.

하지만 침체된 미국 경제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를 낳았지만 정작 트럼프가 미국 경제에 재를 뿌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탈퇴)와 함께 현 글로벌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유무역의 붕괴를 촉발시켜 세계경제에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라이존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발리에르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이와 관련 “클린턴은 ‘아는 악마(Devil they know)’지만 트럼프는 ‘모르는 악마(Devil they don’t know)’”라며 “상투적인 말이지만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경제가 트럼프 낳아=CNN에 따르면 이날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경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공화당원 10명 중 9명, 민주당원 10명 중 8명은 경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원들은 현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 반면, 민주당은 월가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시각차를 보였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의 경제가 어떻게 트럼프를 낳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시작은 좋았지만 두번째 행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보다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는데, 국민들이 이를 잘 모른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WSJ은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고 과거 미국의 상황과 비교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여전히 가계 소득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보다 낮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지도자가 이같은 사실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WSJ은 정책입안자들이 중산층 가정의 복지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부상으로 1930년대 나타났던 ‘경제내셔널리즘(economic nationalism)’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경제전문지 포천도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의 대외경제정책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미국경제가 꺼진다…미국에서 발 뺀다=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미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럼프가 그러나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장 크게는 ▲중국, 멕시코와의 무역 분쟁 가능성 ▲트럼프의 예측불가능성 ▲1100만명의 국외 추방 ▲물가 상승 ▲국가 부채 급증의 시나리오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일자리를 늘리기는 커녕 무역보복과 같은 역풍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1162억달러(약 134조원)어치 항공기 부품, 자동차, 반도체 등을 중국에 수출했다. 만일 중국 시장을 잃게되면 이같이 고부가가치 산업의 ‘좋은’ 일자리를 저부가가치 산업의 ‘나쁜’ 일자리와 맞바꾸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그 오버헬먼 캐터필러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인구는 전세계의 5%에 불과하고, 잠재적 고객의 95%는 미국 외의 다른 곳에 있다”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외국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AT커니가 27개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이 평소에 비해 13% 줄었다. 반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평소 대비 8% 늘어났다.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었던 기업들은 이를 철회하고,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폴 로디시나 AT커니 명예회장은 “포퓰리스트 후보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개방성에 반대하고, 무역협정을 재조정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심장인 월가 역시 트럼프의 부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트럼프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발언 등을 쏟아낸바 있다. 이에따라 월가의 기부금은 공화당이 아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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