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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 살리기 ‘올인’…한진그룹 전체 긴장감 고조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내려놓은 것은 바람 앞 등불 같은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또 이번 유동성 위기가 단순히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등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한진그룹 내부에선 조 회장이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자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3일 오후 사퇴 결정이 발표된 직후 서울 서소문에 위치한 대한항공 빌딩에는 한진그룹 계열사 전문경영인(CEO)들이 집결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조 회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후엔 석태수 사장을 중심으로 몇몇이 모여 따로 회의를 하는 등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에 대해 한진 측 고위 관계자는 “매일 모여서 회의를 진행한다”며 “그 정도로 그룹 전체가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날 조 회장이 국가의 대사(大事)인 동계올림픽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까지 한진해운에 ‘올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한진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보면 조양호 회장→한진칼→대한항공→한진해운으로 연결돼있다. 한진해운이 흔들리면 한진해운의 지분을 33.2% 보유한 대한항공이 휘청일 수 있고 결국 조양호 회장의 위기로 연결된다. 

또 4일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당장 조 회장이 내려야 할 결정도 줄잇게 된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1차 관문으로 요구한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해야 하고, 오는 19일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사채 만기 연장을 이뤄내야 한다. 한진해운이 오는 6월부터 갚아야할 공모, 사모채는 1조989억원에 달한다. 4112억원 규모의 터미널, 사옥 등 자산 매각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이제 전문경영인이 결정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회사의 생존을 가를 중요한 판단이 줄잇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잘못하다간 대한항공으로 불똥이 튀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진해운의 ‘자금줄’이었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868%에 달할 정도로 여력이 없는 상태다. 한진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선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3일 평창올림픽 위원장직 사퇴를 발표한 뒤 평상시와 달리 언론의 접촉을 철저히 피했다. 한진해운 사태가 워낙 중대할 뿐만 아니라, 채권단 일각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사재출연 압박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재출연에 대해서 한진 측은 “그동안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을 동원해 2013년부터 1조원 이상을 투입해왔다”며 ”이에 대해선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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