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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스터시티 EPL 우승③] “우린 지하실 구단” 라니에리 감독의 ‘밀당’ 리더십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우리 선수들은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하위권을 맴돌며 2부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주전 11명의 이적료를 다 합해도 약 420억원.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료 400억원과 비슷하다. 때문에 올시즌 개막 전 도박사들이 점친 우승확률은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이 부임한 후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라니에리 역시 30년 지도자 생활에서 1부리그 우승 경험이 없었다. 라니에리는 언더독을 위한 ‘맞춤 전략’으로 팀을 업그레이드했다. 짜임새 있는 수비 후 빠른 역습을 하는 것. 공을 뺏고 빠르게 공격하라고 주문했다.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선수들에게 효과적이었다. 주전들이 모두 박지성같은 선수가 됐고, 이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의 기적을 쓴 뒤에는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나폴리, AS로마, 유벤투스, 인터 밀란(이상 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을 지도한 백전노장이다. 팀을 리빌딩하는 데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지만 1부리그서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4년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후 4개월 만에 경질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때문에 라니에리 감독이 레스터 지휘봉을 잡았을 때 10개월 뒤 기적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라니에리는 팀을 전혀 새로운 팀으로 창조했다.

그라운드에선 ‘선수비-후역습’으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위협적인 역습을 주문해 재미를 봤다. 또 “무실점 승리를 하면 피자를 쏘겠다”고 공언한 뒤 작년 10월 크리스털 팰리스전(1-0 승)이 끝나고 선수단에 피자를 돌렸다. 적절한 동기부여와 계단식 목표 제시. ‘평균 이하’ 선수들을 위대한 팀의 구성원으로 만든 리더십이었다.

매체와 인터뷰에선 “다른 팀들이 수영장을 갖춘 빌라에 산다면 우리는 지하실에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낮췄지만 선수들에겐 “너희들 내면의 활활 타오르는 불을 찾아라.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인 만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라”고 승부욕과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밖으론 지나친 기대와 관심을 밀어내고 안에선 선수들을 끌어 당기는 적절한 밀당 리더십이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날 토트넘-첼시전은 보지 못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96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우승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놀랍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면서 “부임 당시만 해도 전혀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 경기 이기고 싶었고 매주 거듭될수록 선수들이 발전하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선수들이 환상적으로 잘했다. 그들의 집중력, 결단력, 그리고 정신력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이 매 경기 서로를 위해 싸웠다. 챔피언이 될만한 자격이 있다”고 공을 돌렸다.

한편 라니에리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우승 보너스로 최소 500만 파운드(약 83억 원)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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