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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기다림 끝에 맨 입으로 고개만 숙인 옥시
- “1, 2등급 판정 피해자 중 자사 제품 사용자에 보상”
- 5년만에 나온 사과에 분노한 피해자들, “머더러(murdererㆍ살인자)” 비난까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판정한 1, 2등급 피해자 중 옥시 제품 사용자에 대해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타 샤프달 한국법인장은 “자사 제품인 가습기 살균제가 관련된 점,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 받아들이겠다”며 “저희 회사를 믿어주신 소비자와 고객사, 전ㆍ현직 임직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일 오전 11시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의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샤프달 법인장은 “오늘 회견을 통해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에 대한 보상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우선 1, 2등급 판정 피해자 가운데 저희 제품 사용자 대상으로 포괄적인 보상안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 많다고 안다”며 “2014년 조성을 약속한 50억원 외에 지난달에 추가로 말한 50억원 포함, 총 100억원의 인도적 기금이 이와 같은 분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중 자사의 제품을 이들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고, 100억원의 기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체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옥시는 피해자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100억원이란 기금은 롯데마트가 대략적인 규모로 추산한 보상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인명 피해 규모가현재까지 최소 143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 중 80%가 옥시 제품으로 인한 사고다. 피해자 규모를 감안하면, 100억원이란 기금이 전체 피해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옥시의 사과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고가 난 후 5년 만이며, 롯데마트가 관련 기업 중 처음으로 사과와 보상안을 밝힌 날로도 2주나 지나서 나온 것이다. 전 대표와 연구소장 등 임직원들이 줄줄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난 후 나온 사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옥시는 “모든 피해자 분들이 공정하고 조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체계가 필요하다. 관련 업계 차원에서 피해자 분들께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서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이런 보상 대책에 다른 제조 판매 업체들도 동참해주시기를 제안한다”고 건의했다. 옥시는 “공동의 방안과 무관하게 우리의 보상대책은 우리가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샤프달 법인장은 이어 “옥시 레킷벤키저는 어떠한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다. 당사의 모든 임직원들이 엄격히 준수해야 할 행동 강령이 있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사실 여부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잘못된 행위가 확인되면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5년만에 나온 사과는 진정성을 따지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였다. 샤프달 법인장은 “피해자 그룹에는 사과를 했다고 들었다”고 했으나,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옥시의 ‘면피성 사과’를 비난했다.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사과를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이 순간을 5년이나 기다렸는데 이게 뭐냐”, “우리 아이는 9살에 죽었는데, 다시 살려낼 수 있냐” 등 가슴에 맺힌 말을 쏟아내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은 옥시 관계자들을 향해 “머더러(murdererㆍ살인자)”, “너희는 사람을 죽였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까지 퍼부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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