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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ㆍ조선업 침체 이끈 ‘글로벌 교역량 부진’…선진국ㆍ중국 탓?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해운ㆍ조선업이 침체된 원인의 하나로 ‘글로벌 교역량 부진’이 꼽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소속 연구자들이 이와 관련해 내놓은 분석에 관심이 주목된다.

이들은 ‘선진국의 리쇼어링(Reshoring) 흐름’과 ‘중국의 성장 전략 변환’이 글로벌 교역 둔화를 이끌었다고 봤다.

앞으로 몇 년간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하면서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경제성장 여지가 큰 국가들의 대두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최근 IMF와 WB가 발간한 보고서 ‘글로벌 교역둔화: 순환적 요인인가 아니면 구조적 원인인가’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글로벌 교역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변화다.

이들이 공급사슬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경제가 성장하면서 교역량의 민감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90~2000년까지 세계경제는 연평균 3.3% 성장한 반면, 글로벌 교역량은 연 7.2%의 성장을 보였다.

이는 세계경제가 1% 성장할 때, 글로벌 교역량이 2.2% 증가했다는 것을 말한다.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2001~2007년에는 이 비율이 1.5를 기록했으나, 2008년~2015년에는 0.9까지 떨어졌다.

2008년부터 시작된 민감도 하락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001년~2007년까지의 민감도 하락은 어떤 이유로 나타났을까.
 
연구자들은 글로벌 분업구조가 변화한 게 그 이유라고 주장한다. 


세계 각국은 제품생산에서 분업화된 역할을 맡고 있고, 이 과정에서 중간재가 운송돼 교역량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애플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한국 부품업체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중국에 수출한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중간재를 이용해 아이폰 완제품을 완성하고 이를 미국, 유럽 등에 수출한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이 한국 등에서 중간재를 수입하지 않고, 자국에서 중간재를 조달해 완제품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한국→중국으로의 교역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글로벌 교역량 감소가 나타난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 기업의 공장을 국내로 이전시키는 리쇼어링 전략을 썼다.

이에 맞춰 신흥국도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확대했다.

이로써 희미해진 각국의 분업화 구조는 글로벌 공급사슬 변화를 이끌었고, 중간재 교역 증가율 감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연구자들이 글로벌 교역량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보는 건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이다.

중국이 1978년 개혁ㆍ개방 이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제구조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가 성장을 이끄는 형태로 성장전략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전략 변화의 영향으로 중국의 완제품 수출액 대비 중간재 수입액은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 2000년 61.6%, 2004년 57.6%를 나타냈던 수치는 2014년 39.4%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중간재 수입액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2000년 중간재 수입액 증가율은 30.8%였으나, 2012년 2.2%, 2013년 8.2%, 2014년 2.7%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몇 년간은 구조적 요인 탓에 글로벌 교역둔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경제성장 여지가 큰 국가들이 세계 생산 분업구조에 참여할 경우 글로벌 교역량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해외에 이전했던 생산설비의 자국 회귀가 글로벌 교역량 흐름에 변화를 줄 정도로 컸다면, 선진국 내 제조업 고용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0년~2015년 미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중국의 소비주의 성장전략 전환이 강력하게 추진되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중국의 민간소비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35% 전후 수준이며, 소매판매 증가율도 2013년부터 둔화되는 추세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작스러운 교역량 감소를 두고 구조적 요인과 순환적 요인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몇가지 정황 증거를 봤을 때 IMF, WB 연구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구조적 원인보다는 순환적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ana@heraldcorp.com

☞리쇼어링(Reshoring)=국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이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는 것을 말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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