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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르포]골프, 소비로 이어질까…유 부총리, 임시공휴일 앞두고 골프 치며 내수 활성화 나서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여유가 있으면 골프도 치고, 문화 유적도 가고, 근처에서 식사도 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데 의미가 있다”

28일 오전 골프복장으로 나타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했다. 그가 다시 골프채를 잡은 것은 국토교통부 장관을 관둔 뒤인 2014년 11월, 이후 2~3번 쳐 본 것이 전부여서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며 한 발 뺐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장들과 경기도 여주군 남여주CC에서 골프 회동을 한 뒤 인근 세종대왕 영릉을 둘러봤다. 경제 주체들이 나서서 골프도 치고, 관광지도 관람하며 내수활성화의 계기를 만들자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골프회동은 대한상의 등 경제 단체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정부가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다음 주에는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연휴 기간을 한 주 앞두고 경제 주체들이 먼저 내수를 진작시키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도 소비에 동참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여주군 남여주CC를 방문,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공직자 골프에 대해 “일이 많아서 골프를 칠 시간이 없다고 한 얘기가 골프를 치지 말라는 것으로 잘못 전달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 부총리도 이날 “골프가 일반 국민들에게 비싼 운동일 수 있지만 굳이 공직자들이라고 해서 골프를 치지 않을 이유도 없다”며 “단지 골프만 보지 말고 시간나면 골프도 치고, 주변 관광지도 가고 지역특산물도 먹고 그런 의미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나가서 골프 치기보다 이왕이면 국내에서 골프를 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해외 골프로 유출되는 비용을 연간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여주군 세종대왕릉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첫 공식 골프모임을 경제단체장들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를 앞장서서 이끌어가시는 분들과 골프를 치면서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라며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 부총리의 발언 중 “여유가 있으면”이란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유가 있으면 굳이 공휴일이 아니더라도 돈을 쓸 사람들은 쓴다. 문제는 요즘에는 시간이든 돈이든 말 그대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 소비와 투자가 줄고, 다시 경기가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쉬는 날이 늘었다고 해서 없는 여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의 경기 침체는 비단 기업과 국민의 내수 부진뿐 아니라 경제 펀드멘털 자체가 약화돼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모든 사람이 징검다리 연휴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은 임시공휴일에 정상 근무를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는 절반인 50.3%가 “하루만 쉬어도 생산량, 매출 등에 타격을 입기 때문”을 꼽았다. 실제 조업일수가 줄면 16개월 연속 감소세가 예상되는 수출도 더 깊은 부진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유 부총리와 경제단체장들의 이날 골프 회동이 진정 소비가 늘어 내수활성화로 이어진다면 반길 일이다. 공직자 골프가 금지된 것이 아니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여유가 있는 공직자들이 골프를 통해 소비 진작에 나서는 것도 분명 내수에 도움이 된다. 다만 골프 회동과 더불어 노동개혁 등 4대 개혁과 한계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 등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내수 및 경제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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