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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책의 날 ②] 철학자 강신주 “인문학 관심 늘었다?…자기 위로용뿐”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대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늘었다고요? 자기 위로용인데요.”

철학자 강신주(49ㆍ사진) 박사는 서울 주요 대학교 도서관 대출 순위에서 인문학 분야가 늘어났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강 박사는 상위권에 위치한 무라카미 하루키, 파올로 코엘료 등의 책을 거론하며 “면면을 살펴보니 가벼운 도서 위주. 사랑의 가치를 연인, 가족에 국한시켜버린다. 정신승리를 위한 책들이다”고 했다.

그 의미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강 박사는 종교의 예를 들었다.

대학생들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것과 관련해 강신주 박사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자기 위로용이라는 진단을 그는 내놨다. [사진=강신주 블로그]

“낡은 것이라고 하지만 예수의 사랑이나 부처의 사랑을 보자. 지금 사람들이 교회를 가도 가족 건강하게 해달라. 이런 사랑 하러 간다. 목사, 스님은 그걸로 돈을 번다. 그렇다면 이걸 진정한 의미의 종교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강 박사는 인문학이 소비되는 두 가지 패턴을 꼽았다.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과 그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것. 지금 인문학은 이 중 후자라는 의미다.

“하루키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 됐을 때가 80년 후반이다. 시대가 둘 중 하나였다. 독재를 타도하자는 쪽과 그게 맞긴 맞는데 취업하고 살아야지 쪽. 하루키 책을 읽는 것은 그 사이. 이도 저도 아닌 쪽이었다. 그런 문화가 지금 사람들이 읽고 있는 문학이란 건 위험하다. 건강하지 못하다.”

이어 강 박사는 사회에 일고 있는 인문학 붐에 대해서 비판했다.

“지금 젊은애들이 갈등도 많다. 원하는 회사에 못 간다. 그러면 그 사이에 윤활유를 뿌린다. 현대자동차에서 인문학을 본다고 붐이라고 한다면 값싼 향수인거지 인문학이. 회사 초청으로 강연 가면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이 회사는 당신 회사 아니다. 주인의식 갖지 말라’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나약함을 표현을 못하니까 ‘이 회사는 내 회사이기도 해’ 하고 정신 승리 한다. 당당하지 못하고.”

강 박사는 이러한 인문학의 소비 패턴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인문학은 궁극 목적이 당당해 지는 것이다.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취업도 못하고 힘드니까. 대학생들이 애잔하고 깨알 같은 것 본다. 시야가 협소해진 것이다. 하루키 문학과 레미제라블을 짧게 비교해보자. 레미제라블은 기본 가치가 자유평등박애다. 끝내 박애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박애가 없는 자유는 자본주의로 가고 박애가 없는 평등은 사회주의로 간다. 그런 걸 예견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가. 그런데 지금 나와 있는 책들 보면 그런 거 아니다. 개인으로 그냥 협소하게 들어가 버린다. 이게 무슨 인문학 붐인가 자기 위로 하는 거지.”

강 박사는 시대에 맞서는 강한 인문정신을 담은 책이 나와줄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옛날 김수영 시인처럼 책이 딱 나오면 정권이나 사회 기득권 세력이 움찔하는 책이 있나? 요즘 서점 매대 갔을 때 그런 책 없다. 각 쪼개진 개인들의 ‘깨알같은 사랑’들만 말한다. 인문학이라는 붐을 타고 ‘책팔이’들의 책만 있다. 신영복 선생 돌아가시고 선생 책이 다시 팔린다. 그만큼 그런 정신을 담은 저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깊은 통찰을 줘 사람을 울리고 변화를 줘야 하는 책. 우리가 잘못 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물음을)하게 하는 책들이 많아야 사회가 밝아진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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