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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욕죄 급증시대 ①] 아무 생각없이 ‘비방 댓글’ 달면 낭패 본다
-열받으면 ‘모욕죄’ 신고…한해 3만7000명 고소 당해

-모욕죄 고소 10년전보다 13.5배 …“고소 남발” 의견도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A 씨는 최근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논쟁을 하다가 ‘시×님아’라고 욕을 했다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에서 연락이 와 진술서를 작성한 후 두달 간 아무 소식이 없더니, 며칠 전 합의하자고 연락이 왔다. A 씨는 벌금형이라도 전과가 생기면 공무원 시험에 영향을 줄까 두려워 최종 50만원에 합의했다.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A 씨는 “합의를 하긴 했지만 ‘시×님아’ 한마디에 50만원을 줘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모욕죄’ 고소가 급증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말이나 행동 등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는 것이다. 


모욕죄 고소 사건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비방 댓글을 다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모욕죄 고소시대에 대한 인식이 시급해 보인다. 사진은 모욕죄 관련 이미지.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모욕죄로 고소당한 사람은 모두 3만6931명이나 된다. 모욕죄로 고소당한 사람은 2010년 8901명, 2011년 1만1590명, 2012년 1만5617명, 2013년 1만8471명, 2014년 2만9470명 등으로 매년 급증세다. 10년 전인 2006년(2735명)과 비교하면 13배 이상 폭증했다.

모욕죄 고소가 늘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댓글을 통해 쉽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특정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다가 고소되는 경우다.

특히 사이버 상에서 모욕을 느끼거나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집단 소송도 불사한다. 예컨대 최근 배우 박시후는 자신과 관련한 기사에 지속적으로 모욕적인 문구로 댓글을 단 악플러 76명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허위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됐던 홍가혜 씨는 자신을 비방한 네티즌 1100여명을 한꺼번에 모욕죄로 고소했다.

최근엔 경찰이나 공무원이 일반인을 모욕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경찰이 공무집행 중 들은 욕을 참지 못해 직접 고소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B 씨는 2015년 10월 어느 날 새벽 서울 광진구 거리에서 귀가를 종용하는 경찰에게 “씨×, 너는 뭔데? 씨×, 해보자는 거냐”고 했다가 공무집행방해와 모욕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C 씨의 경우도 최근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라이브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폭행 사건이 벌어졌는데, 출동한 경찰에 “야 개××들아, 왜 우리가 현행범이냐”라고 욕설해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실제 ‘대법원 판결정보시스템’에서 ‘업무방해’와 ‘모욕’을 검색해보면 올해만 265건의 재판이 진행됐다. 대부분 경찰 공무원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한 경우다.

모욕죄 고소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실제 ‘기소’되는 건수는 급감하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전체 고소된 3만6931명 가운데 9324명만 기소했다. 기소율이 25% 밖에 안된다. 2만8470명 모욕죄가 접수돼 1만1229명 기소됐던 2014년보다 오히려 기소된 사람은 더 줄었다. 기소율은 2013년(기소자 9418명)엔 51%, 2014년 기소율은 39%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금만 기분 나쁘면 상대방을 모욕죄로 고소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도 많아졌다”며 “고소 남발로 최근 들어 모욕죄에 대한 판단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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