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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건설·부동산, 신산업으로 거듭나야
일본 경제의 절정기이자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1989년으로 기억된다. 대우건설이 일본발주 건설공사에 처음으로 입찰에 참여, 수주에 성공했다. 후쿠오카(福綱) 한국영사관을 짓는 공사인데다 그 규모가 크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한국 건설업체가 일본의 건설공사 수주관행에 바람 구멍(風穴)을 냈다며 요란을 떨었다.

똘똘 뭉쳐 교묘하게 외국 업체를 배제하고 입찰에 얼씬도 못하게 했던 당시 일본 건설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한편으로 이해가 갈만하다. 자국 시장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일본 정부와 건설업계의 폐쇄성은 미국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미국은 일본 대형 건설공사 여러 건을 미국업체에 정식으로 개방하라고 거세게 요구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일본내 공사 수주는 이처럼 폐쇄적인 시장 관행의 빗장을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실제 그 이후 롯데, 삼성 등 국내 건설업체가 일본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게 됐다. 1970년대 중동진출 때와 달리 고도화된 세계 선진 건설시장으로 내닫는 분기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정상급 중국 건설업체인 ‘중국건축(CSCEC)’이 지난 5일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 복합리조트’ 공사를 따낸 것 역시 간과할 일이 아니다. 중국건축이 지난 2013년 해운대 관광리조트사업 참여 시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도로 계산된 전략에서 한국내 첫 대형공사를 수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뤄디그룹이 주로 자금을 대는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자금을 앞세워 제주 등지에 땅을 마구 사들이더니 공사까지 따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 크다.

당초 이 사업은 한화건설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공사비 확약이 다소 불투명하고 핵심 사업인 38층 리조트 호텔 분양이 불투명해 결국 포기했다. 반면 중국건축은 책임준공을 약속은 물론 18개월 외상공사를 내거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국내 업체에 주는 충격이 컸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38층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중국 업체에 내주고 2200개의 귀중한 일자리를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한국건설의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안방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세계 시장만 넘보는 게 아닌가하는 씁쓸한 뒷맛도 든다.

더구나 건설업체 담합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도 부끄럽다. 전면 사면이 이뤄진지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면과 함께 약속한 3000억원대 사회공헌자금 마련은 공염불이 된 채 국민 세금 도둑질을 한 셈이 됐다.

정부와 건설 업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물간 토건삽질산업이라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 활용 등 새로운 환경에 걸맞는 건설산업 개편에 진력할 때다. 예산 따먹기식의 단순 수주와 일반ㆍ전문간의 해묵은 기득권 다툼이나 하는 천수답 산업은 종말을 고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건설 부동산을 신산업화하고 주거서비스를 과감히 확대해 창조적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미래 적합 산업으로 탈바꿈할 때만이 과거 공로와 영광을 말할 자격이 있고 재차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게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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