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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다도부동산 ‘일단 멈춤’] 활화산이 휴화산으로…“그래도 더 오를 여지 있다”
시세 100~200% 오른 땅 수두룩
서울 전세금 갖고도 아파트 못 사
“원체 저평가…착시효과” 의견도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최근 2~3년간 제주도에선 이 말이 무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 주민등록을 해둔 사람은 64만명을 넘어섰다. 63만명을 돌파한지 불과 반년 만에 1만명이 더 불었다. 해마다 증가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이 속도가 올해도 유지되면 66만명을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다.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이 늘면서 주택수요가 커졌다. 여기에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까지 밀려 들어왔다. 이렇게 되자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 집값이 뛰었고, 토지 가격도 자극 받았다.


▶100~200%씩 오른 땅 수두룩 = 지난 2월 국토교통부는 ‘2016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했다. 제주도의 공시지가는 19.3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4.47%)을 크게 앞질렀다. 지역 범위를 더 좁히면 상승폭은 더 뛴다. 공항에서 가까운 제주시 노형동(44.5%)ㆍ해안동(44.2%)ㆍ외도1동(41.3%)ㆍ연동(40.3%)가 크게 올랐다.

시내 바깥 땅도 인기였다. 제주시 한경면(25.7%)ㆍ애월읍(23.2%), 서귀포시 성산읍(36.2%)ㆍ 표선면(31.6%)ㆍ남원읍(28.9%) 등이 대표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공시지가일 뿐, 실제 거래가격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토지의 시세는 위치와 주변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통상 3.3㎡당 30만~40만원 하던 곳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으면 150만원까지 올랐다. 시세로 따진 상승률은 200%를 훌쩍 넘는다.

제주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제주부동산협동조합 포털에 매물을 올려놓기가 무섭게 전화가 걸려온다”며 “실제 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시내 바깥 땅들도 절반 이상은 제주나 서귀포 도심에 있는 중개업소를 거쳐 원격으로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주시하던 제주도청과 제주ㆍ서귀포시는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부터다. 가장 먼저 ‘농지기능 관리강화 방침’을 내놨다. 농지를 취득한 외지인의 농업경영계획서 심사를 강화하고, 최소 1년은 농사를 지어야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가 11월 신공항 부지를 발표하고 나자, 투기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같은 불법 거래와 투기를 단속했다. 더 나아가 사업 예정지가 포함된 성산읍 전체(1억779만㎡)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단순한 투자 목적의 거래는 계약서를 쓰기도 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었다.

올 2월부터는 토지분할 지침이 시행됐다. 뭍에서 건너온 기획 부동산 업자들은 대규모 토지를 확보한 뒤 소위 ‘토지 쪼개기’를 통해 소규모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서울 전세금으로도 아파트 못 사=섬이라서 집값이 저렴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대구(10.54%)였지만, 제주도의 상승률(10.35%)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제주시 도심에선 웬만한 서울 가격은 우습게 앞지르는 아파트가 많다. ‘제주의 강남’으로 통하는 노형동 ‘노형 e편한세상’ 전용 125㎡은 2월에 7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노형 아이파크’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5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10월에는 ‘노형2차아이파크’에서 12억원짜리 매물(전용 115㎡)이 나오며 ‘거품 논란’이 번졌다.

LH가 서귀포에 조성한 제주혁신도시에는 3개 블록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분양가는 3.3㎡당 6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는 1000만원을 넘긴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사정이 이렇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해 들어 매수세가 꺾이면서 시세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달부터는 매매가가 멈춤 상태로 전환됐고 전셋값은 뚜렷한 하락세”라며 “1년 6개월 이상 상승일로를 이어가다 보니 시 시장에 피로감이 퍼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도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불어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작년 “공공택지지구 등을 신규 지정하는 등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공택지를 지정할만한 지역의 땅이 너무 비싸졌다는 것이다. LH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시내권에서 후보지를 선정해 검토를 하고 있는데 해당 부지의 주민들이 보상가가 현재 시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다고 반발하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부동산의 내재가치는 여전히 크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은 “제주 땅값이 폭등했다고 하지만 원체 저평가된 것들이 조금 오르면서 착시효과가 일어난 것 뿐”이라며 “더 오를 여지가 많다. 발전적인 투자는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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