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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中 아오란그룹 6000명 투어, 경제효과만 보이나
총선관련 소식이 언론을 뒤덮은 가운데 또 다른 화제의 뉴스 중 하나는 유커(遊客) 6000명의 월미도 치맥파티였다.

중국의 아오란국제미용그룹(傲集有限公司) 임직원 6000명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6박7일간 한국으로 ‘인센티브 여행’을 왔기 때문이다. 단체관광이 흔한 중국이라지만 동시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곳을 찾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인천시, 한국관광공사, 인천관광공사, 중구청 등은 함께 이번 관광객 유치에 힘을 모았다. 이들은 아오란그룹 여행객을 위해 1억8000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별에서 온 그대’를 좋아한다는 이들을 위해 치킨 1500마리를 공수하며 치맥파티를 즐기게 했고, 드라마 촬영지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그밖에 재래시장, 면세점 쇼핑과 아쿠아리움 관광도 코스에 넣었다. 120억이 넘을 것이라는 경제효과를 기대하며 융숭히 대접했다. 이런 환대 덕분인지 궈청린 아오란그룹회장은 2018년까지 3년간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을 오겠다고 밝혔다. 메르스사태 이후 침체된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6000명 유커 유치’에만 고무돼 간과하는 것이 있다.

국내의 기업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아니 상상 자체를 하지 않을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을 제공하는 아오란의 기업마인드다. 부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오란그룹의 정직원은 약 50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인원은 본사와 자회사에서 일하는 계약직 사원들이다. 대륙의 허세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허세라면 배워도 좋지 않을까. 

지난 30일 국내 상장사 임직원들의 연봉이 공개된 바 있다. 열심히 일한 보상이겠지만 150억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CEO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 일반 사원들과,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 탓에 알바로 내몰리는 청년 실업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오너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십억을 받고, 그 몇배에 달하는 주식을 증여받는 것이 국내 기업의 현주소다. 사내 유보금이 사상 최대에 달한다지만, 직원은 줄여야하고, 해고가 유연해져야 기업이 산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치솟는 환율에 내수시장도 얼어붙었으니 금고를 잠궈 훗날을 도모해야한다는 말도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역시 경제위기인 중국의 기업은 무려 6000명의 직원들에게 해외여행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들이라고 막대한 여행경비를 쓰는 것보다 현금으로 쥐고 있는게 이익인 걸 모를리 없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치맥을 즐기며 환하게 웃었던 아오란그룹 직원들이 그들의 오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을까. 궈청린 회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큰 돈을 썼지만, 그 몇배에 달하는 무형의 충성심을 얻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별그대’는 물론이고 ‘태양의 후예’까지 한류드라마가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으니 이 호재를 살려 유커를 유인하자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 유치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외화를 버는 것도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아오란그룹’ 직원 수백명이 중국의 계림에서 포상휴가를 즐기게 된다면 더 큰 박수를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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