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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원 ‘샤프 가격’ 무성한 뒷말…“궈 회장에게 농락 당했다” vs “궈 회장이 바가지 썼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일본 전자산업의 자존심인 샤프가 대만 훙하이 정밀공업(폭스콘)에 팔린 가운데, 3890억엔(3조9500억원)의 인수대금이 적정한가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본에서는 ‘염가 매각’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샤프의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바가지를 쓴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거래 내용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이후 일본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샤프의 매각 과정 및 최종 거래 조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요미우리 신문은 “샤프 인수 조건 협상은 시종 훙하이 페이스로 진행됐다”고 평가했고,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지난 한 달 교섭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 회장의 발언에 샤프가 휘둘리는 장면이 자주 있었다”고 보도했다. 샤프가 궈 회장에게 농락당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는 훙하이가 최고 7000억엔의 인수대금을 제시했다가 최종적으로 3110억엔(3조1600억원)이나 깎은 데 따른 것이다. 샤프 이사회는 일본 민관투자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부른 값(3000억엔)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훙하이의 제안을 덥석 물었고, 이후 훙하이는 태도를 바꿔 값을 깎아나가기 시작했다. 홍하이는 샤프 사측, 직원, 주채권 은행 등을 대상으로 압박과 회유를 반복한 결과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특히 폭스콘이 올해 초 6000억엔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흔들리지 않다가 결국 3890억엔에 팔게 된 점은 뼈아프다. 기술 유출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 대표 전자업체를 대만 기업의 손에 넘기는 것은 용납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샤프는 폭스콘의 제안에 냉담했다.

그러나 오히려 폭스콘이 무리하게 높은 비용을 지불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31일, 이번 최종 거래 조건은 샤프의 12개월 EBITDA의 16.3배를 준 것이라며, 이는 과거 3년 동안 이뤄진 글로벌 전자제품업체 인수 대금이 평균적으로 인수 대상 회사 EBITDA의 12.1배였던 것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법인세ㆍ이자ㆍ감가상각비를 빼기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지난 회계년도(2015년 3월~2016년 3월)만 하더라도 샤프는 1700억엔 적자가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또 훙하이가 샤프의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샤프 우선주를 인수하는 데 1000억엔을 쓰기로 합의했던 점을 지적하며 향후 훙하이의 인수 대금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업체 샌포드 C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알베르토 모엘은 “벌레 든 깡통은 싸게 사봤자 벌레 든 깡통이라”라며 “샤프의 현재 수익성과 대차대조표 등을 봤을 때 훙하이가 비싸게 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프론티어 매니지먼트의 도시유키 미쓰자와는 인수대금이 “다소 비싸다”면서도 “폭스콘이 얼마나 샤프를, 특히 샤프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원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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