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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팬심의 콜라보…‘e기부 플랫폼’ 창시자 와그너의 성공신화
“많은 자선단체들이 아직 아날로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모금행사나 서명을 통해 기부하는 게 일반적이다.”

디지털 기반의 멀티미디어 시대다. 자선사업도 평범한 방법이 아닌 디지털을 무기로 들고 나온 사람이 있다. 큰돈을 주무르던 포털사이트 회장에서 디지털 자선 플랫폼 창시자로 변신한 미국의 억만장자 토드 와그너(Todd Wagner55)의 이야기다.

1999년 토드 와그너는 세계 최초로 방송과 인터넷을 연결한 스타트업 ‘브로드캐스트닷컴’을 돌연 야후에 넘기며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매매가 무려 57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조8000억원이 넘어가는 큰 액수였다. 

소위 ‘잘 나가던’ 회사를 접고 뛰어든 것은 새로운 형태의 자선기업 ‘채리티넷워크(The Charity Network)’. 브로드캐스트닷컴의 창업자가 만든 기업답게 기부와 방송콘텐츠를 결합시키며 ‘세계 최초’란 이름을 거머쥐었다.

채리티넷워크의 최대장점은 유명 스타와 대중이 직접 기부에 참여한다는 점. 기업가로 활동하던 시절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아 관련 단체들을 찾아다녔지만 대부분 1만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요구했다.

“사업가 입장에선 다소 힘 빠지는 소리였다. 꼭 돈이 많아야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게다가 해당 기관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65세 이상이었다. 인터넷 사이트처럼 기부도 대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기부회사 채리티넷워크다. 2014년 토드가 직접 설립한 ‘치디오(Chideo)’와 작년 새로 인수한 ‘채리티버즈(Charitybuzz)’, ‘프라이지오(Prizeo)’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가 거둬들인 순 기부금 2억달러가 총 3000여개의 비영리조직에 쓰였다. 

기부와 방송콘텐츠를 결합해 세계최초의 디지털 자선기업‘ 채리티넷워크’를 창업한 미국의 억만장자 토드 와그너(맨 왼쪽). 그가 운영하는 기부 사이트화면과 기부참여자들.

돈 많은 자산가부터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거대 엔터테이먼트 ‘치디오’=’자선(Charity)’과 ‘영상(Video)’을 결합한 치디오(Chideo)는 ‘엔터테이먼트’를 표방한 최초의 온라인기부플랫폼이다. 유명 셀럽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들고나와 영상을 올리면 온라인 이용자들이 소정의 돈을 내고 시청한다. 이때 얻어들인 수익금이 기부금으로 쓰인다. 암 퇴치운동, 청소년 보호, 미국적십자 모금에 대한 내용은 물론 연예계, 스포츠, 음악, 패션, 음식, 디자인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티비와 인터넷,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영화배우 브래들리 쿠퍼, 모건 프리먼, 유명 앵커 댄 래더 등 비영리 기관을 포함한 100명 이상이 치디오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5년 연속 그래미어워즈 진행자인 엘엘 쿨제이가 치디오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그래미어워즈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치디오는 지난해 미국에 161개 방송사를 둔 싱클래어 브로드캐스트와 제휴를 맺으며 4200만명의 구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통해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강력한 네트워킹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팀쿡과 커피 데이트…7억원 이상 경매가 올려, 인터넷 최대 자선경매 사이트 ‘채리티버즈’=채리티버즈는 온라인 자선경매 사이트다. 각종 문화행사 티켓은 물론 음식, 패션, 호화여행, 연예정치경제계 인사와의 만남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최종 완료된 경매금액은 당연히 기부된다. 기부도 하고 특별한 경험도 쌓는 일석이조의 기회로 매년 이용자가 늘고있는 추세다. 2013년 설립 이후 150만달러(17억9000만원)이상의 기부금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롤링스톤스의 멤버 믹 재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빌리 조엘 등 유명 연예인부터 팀 쿡, 마이클 블룸버그, 폴 매카트니 경, 워렌 버핏 등 수많은 경제계 거물들까지 이 경매사이트를 이용했다.

현재 이색적인 경매로는 티비쇼 스콜피온의 단역 자리가 있다. 드라마 왕좌의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엘예스 가벨(라카로 역)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입찰가가 950달러까지 솟았다. 이 외에도 뉴욕 광고대행사의 인턴십 자리, 금메달 8관왕에 달하는 수영선수 마이클 팰프스의 싸인이 들어간 사진 등이 있다.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VIP티켓은 일찍이 제한가격 2500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언론까지 뜨겁게 달군 경매 이벤트론 얼마전 팀쿡과의 점심식사가 있었다. 2015년 이 경매에 20명 이상의 입찰가들이 몰리며 최종 20만달러가 낙찰됐다. 2013년 쿡과의 이른바 ‘커피 데이트’는 61만달러, 2014년 점심식사 경매는 33만달러로 종료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기부 사이트화면과 기부참여자들.

세상에 단 한번뿐인 소중한 경험을 사는 추첨제 ‘프라이지오’=프라이지오는 유명인사와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유명인사가 기부하고 싶은 자선단체를 정하고 프로젝트를 직접 계획한다. 프로젝트 지원이 시작되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가 선발된다.

자선경매와 다른 점은 당첨자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데려올 수 있다는 점. 결과적으로는 한 번의 당첨으로 여러 명이 참여해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2013년 설립 이후 100개 자선단체들과 100명이 넘는 각 분야의 유명인사가 참여했고, 현재까지 860만달러(102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최저가 5달러부터 시작해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스타와 팬이 함께 만드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프라이지오는 치디오와 상호협력적이기도 하다. 유명인사가 치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의 프라이지오 프로젝트를 광고하기 때문이다. 개인 온라인 이용자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비영리단체와도 접촉하며 기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올리고 있다. 채리티넷워크가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미국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가 프라이지오에 참여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저스틴 비버는 작은 기부로 필리핀 태풍에 피해를 입은 원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자신의 스튜디오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덕에 하이얀 태풍으로 1320만명의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약 12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돌아갔다.

토드 와그너의 성공비결은 총체적 네트워크와 대중화 덕분=토드 와그너는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기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술, 미디어, 대중적 취향을 한데 모아 인지도를 올리고 다양한 방면으로 영향력을 떨치기 때문이다. 치디오, 채리티버즈, 프라이지오 간의 긴밀한 협력도 한몫한다. 치디오와 프라이지오를 동시에 이용하는 유명인사들은 영상매체를 이용해 두 사업의 콘텐츠를 상호 광고한다. 광고비는 절약되고 홍보효과는 배가 된다.

투명한 재정관리도 중요한 요소다. 거둬들인 수입 중 80%는 비영리기관과 자선단체에 기부되며 나머지 20%는 채리티넷워크의 운영비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자선단체들이 40~50%씩을 운영비로 돌리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얼마 전엔 사내 자체 컨설팅 기관인 ‘CN솔루션’도 설립했다. 각 본부의 재정자문 역할을 하며 더 효율적인 디지털 기부모금 구축에 힘쓸 예정이다.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싱클래어 방송사, 엘렌 드제너러스 쇼, 트리뷴사, 델타와 버진아메리카 항공사,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방송가와 온라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인터넷 사업을 접을 당시 그의 나이 불과 38살. 한창 야망에 불타오를 나이다. 하지만 사업을 접자마자 머리속으로만 구상 중이던 와그너 재단을 설립할 정도로 그는 자선사업에 뜻이 깊었다.

“왜 사람을 돕는 일이 비즈니스처럼 다른 자선단체들을 누르고 올라와야 하는가? 나는 그 자체로 가치있는 자선사업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내 사명이다.”

그런 토드 와그너의 현재 자산은 15억5000만달러로 추정된다.

민상식 기자·김세리 인턴기자/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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