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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대수 “자식 낳고 어깨 무거워져…현실적인 히피 됐지”
‘히피 상징’서 아빠된 후 ‘생활형 예술인’
생활비 아끼려 세 가족 7평 고시원 생활
최근 산문집 ‘바람아…’선 거침없는 돈 얘기
10년만에 새 앨범준비…음악갈증 풀어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고, 커피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섰다. ‘문화의 거리’는 옛말이고, 상권은 흔들린다지만 여전히 ‘청춘의 거리’다. 한대수는 이 곳에 산다. 일곱 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아내 옥사나, 딸 양호와 함께다. “고시원에 살아야 돈이 덜 들어. 허허.” 이 곳이 그의 ‘행복의 나라’다.

한대수는 히피의 상징이었다. 메마른 거친 목소리가 물을 달라고 갈구(물 좀 주소)했다. 돈 걱정 모르고 살던 시간이 길었던 그에게 손녀 같은 딸 양호의 출생은 일대 변화였다. 2007년 6월 1일이다.

‘고시원’이라고 부르는 작은 공간에 세 식구가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도 그에게선 여전히 ‘히피’의 풍모가 풍긴다. 시간의 흐름은 잡을 수 없어 머리카락은 빛이 바랬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어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남았다. 담배를 두 갑씩 태우던 날도 있었지만, 이젠 한 갑으로 줄였다. 서걱거리는 거친 음성은 더 짙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젊다.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시도하고, 풀어놓는다. 청년의 정신이 한대수 안에 넘실거린다. 

한대수에겐 여전히‘ 히피’의 풍모가 풍긴다. 머리카락은 빛이 바랬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남았지만 그는 여전히 젊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시도하고, 풀어놓는다. 청년 정신이 넘실거린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산문집 ‘바람아, 불어라’가 출간되던 날, 신촌 한복판에서 한대수를 만났다. “액션! 자, 뭘 물어보고 싶은데?”

‘너 죽고 나 죽자’며 죽기 살기로 덤비던 한국적 ‘악’과 ‘깡’이 사라졌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그거지.”

한대수는 직업이 많다. 뮤지션이자 작가였고, 칼럼리스트다. 코리아헤럴드에선 사진기자 생활도 했다. 포크록의 살아있는 ‘전설’로, 사상과 메시지로 수많은 청년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지금까지 써낸 책만 해도 10여권이나 된다. 지난해 40년 음악인생을 돌아본 에세이와는 달리 이번엔 한국과 세계를 이야기했다.

“이토록 한 도시에서 오래 살아본 적이 없다”는 한대수는 지금 12년동안 이 땅에 안착해있다. 딸은 열 살이 됐고, 스물두 살 연하 옥사나와의 결혼생활은 25년째. 한 세계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생활형 아티스트다.

“결혼생활은 봉사활동의 연속”이라며 애초 ‘봉사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낼까도 고민했다. 편집자의 반대에 부딪혔다. 두 번째는 ‘고독한 커피’. “책 내용과는 이질적”이라 ‘노!’. 지금의 책 제목은 한대수의 노래 ‘고무신’에 담긴 가사 한 줄(바람아, 불어라)에서 따왔다.

‘바람아 불어라’에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에선 한대수의 너털웃음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세월호, 메르스, 북핵, 담뱃값 인상, 세금, 복지, 교육, 통일 대박론 등 다양한 이슈를 젠체하지 않는 문장들이 채웠다. “한글과 영어엔 다른 글맛이 있어. 먹고 살려고 이런 저런 글을 쓰다 보니 한글로 긴 문장을 쓰는게 익숙해졌어요.”

풀어놓은 이슈가 다양하다. 전달하는 메시지엔 시원시원한 통찰력이 담겼다. 한대수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그가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은 오래도록 채워넣은 습관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 자란 할아버지(연희전문학교 초대 신학대학장, 대학원장)의 집에 도서관이 있었어요. 책이 수천권이 있었어. 집에 어린애는 나 혼자였고, 매일 그 곳에 가서 놀았지. 도서관이 내 놀이터였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독일의 비행기 관련 서적,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성경 등 서재에 꽂힌 책들의 종류가 어마어마했어요. 10대 때 책으로 여자를 배웠을 정도라니까. 그러다 보니 세계에 대한 관심사나 어떤 사상을 말할 때, 역사적 사건이 있을 때 과거와 현재의 철학, 사상을 생각하게 되더라고.”

한국의 초대 ‘히피’인데, 책에선 돈 이야기도 거침이 없다. “어렸을 때, 돈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늙고 보니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한 책의 첫 목록엔 방값, 전기값, 가스값 등 10여군데가 넘는 생활 속 지출 목록은 물론 뮤지션으로의 돈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긴다. “뮤지션은 돈 얘기를 하고, 사업가는 음악 얘기를 한다”(오스카 와일드)는 문장이 한 페이지에 떡 하니 자리했다. 생활형 아티스트 한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돈에 대해 신경 쓰고 살지 않았죠. 그런데 양호가 태어난 이후로 첫 날부터 돈이야. 산후조리원에, 신생아 주사 놓는 것도 한두가지 아니야. 이게 다 돈이구나. 히피가 돈이 와닿았어. 나를 도와줄 만한 가족은 없었거든. 그 때부터 발에 불똥이 떨어졌죠. 현실적인 히피가 된 거야.”

한대수는 지금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2006년 13집 작업 이후 10년 만이다. 양호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발매하는 정규앨범이다. “음악이라는게 빨아당기는 매력을 이루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제시카 고메즈와 연애하는 것하고 똑같아.” 음악을 향했던 오랜 갈증을 풀게 됐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기타리스트 신윤철 한상원,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해 오는 4월 중순이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데이빗 보위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녹음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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