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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10년] 140자, 속보와 창의력의 씨앗이 되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한 생각을 140자 안에 모두 담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트위터는 달랐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윗 글자 140자 제한을 빠른 정보 전달과 함축을 통한 창의적 표현의 기반으로 삼았다. 트위터가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되는 지금도 140자 제한은 트위터의 영향력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18일(현지시각)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가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을 140자에서 1만자로 늘릴 수도 있다는 루머를 일축했다. 그는 “(140자 제한은) 이용자에게 유용하며 지금 이 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간결함”이라고 미국 NBC 투데이쇼에서 밝혔다.

지난해 트위터 CEO 딕 코스톨로가 성과 부진으로 해임되고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복귀하면서 트윗 글자 수 140자 제한이 1만자로 늘어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앞서 다이렉트메시지(DM) 글자 수가 1만자로 늘어나자 “트위터가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페이스북의 아류작이 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잭 도시와 함께 트위터를 만든 공동 창업자 비즈 스톤은 지난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채널의 ‘스타토크’에서 140자 제한을 둔 이유에 대해 “제약으로부터 창의력이 피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람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자리까지 밀려나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곤 한다”고 덧붙였다.


트윗의 글자수가 많은 숫자 중에 영문 기준 140자로 정해진 이유는 당시 휴대전화의 단문메시지(SMS) 글자 제한 수가 160자였기 때문. 애초에 트위터는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에서 SMS을 이용해 작성할 수 있도록 구상됐다. 이중 트윗을 쓰는 이용자의 이름 글자 수를 빼고 140자로 정해졌다.

자신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서 트위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단어 하나하나를 고심해서 적어야 하기 때문에 감각과 재치를 발휘하는 재미도 더해졌다. 박동근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다른 매체에서도 언어 줄임 현상은 있었지만 트위터는 140자 제한을 가하면서 그런 패턴이 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트위터 시인 하상욱 씨와 이환천 씨의 재치넘치는 시다.

“맨날천날 컨디션은 퇴근하면 최상일까”

이환천 씨의 시 ‘왜’다. 직장에 있을 때면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띵하고 몸이 늘어지는데 퇴근하고 나면 쌩쌩해지는 직장생활의 오묘한 섭리를 제목과 짧은 문구로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트위터의 140자 제한이 단지 ‘말 장난’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짧은 문장에 핵심 정보를 담아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다 보니 속보 전달에 최적화된 매체가 됐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 과일 노점상 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 사건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통해 퍼졌고,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수십만 군중은 이집트 정부의 잔혹한 탄압 과정과 자신들의 상황 그리고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140자에 채워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퍼뜨렸다.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을 끊자 트위터 측은 “트윗은 반드시 흘러야 한다”며 구글과 손잡고 전화번호와 음성메시지를 이용해 트윗을 보낼 수 있는 특별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비슷한 시기 한미 FTA 반대 촛불시위,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 당시 집회 장소나 주제 공지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집최 참가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집회 상황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퍼뜨리고 경찰의 진압 움직임을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는 트위터가 페이스북에 밀려 사용자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태풍이나 지진 발생 등 날씨, 교통 상황, 지하철 고장을 전파하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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