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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삼시세끼 교육’에는 정년이 없다
퇴직 남성들은 부인이 곰탕 끓이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곰탕을 끓인다는 것은 며칠간 집을 비운다는 뜻이고, 그러면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곰탕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기업에서 ‘은퇴에 관한 7가지 실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재테크, 노후계획, 건강과 의료문제, 자녀문제, 부부간 대화 등이 일반적으로 공통된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은퇴를 맞이한 중년 남성들에게 다가오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혼자 밥 먹기’라고 생각된다. 퇴직한 필자의 지인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어려움이 “아내 없을 때 혼자 끼니 해결하는 일”이라고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은퇴준비 삼시세끼’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중장년층에게 은퇴 이후 실생활에 필요한 요리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쿡방, 먹방 등 최근 불고 있는 셀프요리 붐에 발맞춰 우리 농수산식품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 ‘건강한 집밥 만들기’라는 교육내용에 걸맞게 제철 식재료 장보기, 재료손질, 위생관리 등 기초이론부터 칼 사용법, 밥 짓기, 간단한 반찬 만들기 등 실습과정으로 구성했다. 요리할 줄 모르는 남성 은퇴자 혹은 예정자로 모집대상을 제한했는데, 많은 문의와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요리교육은 건강뿐만 아니라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라는 면에서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는 2005년 628만명에서 지난해 936만명으로 10년새 1.5배 이상 늘었다. 2017년에는 전체 인구의 14%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국민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다. 평균수명이 81세가 넘으니 최소 18년 이상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퇴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

‘은퇴자 요리교실’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요리교육 외에 테이블매너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은퇴 이후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퇴직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 요즘 세대와 달리 중장년층은 글로벌 매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회도 적었고 필요성도 인식하지 못했다. 필자도 미국, 프랑스 등 해외근무 당시 가장 어려운 점이 외국인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매너였다. 언어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 제대로 된 매너를 갖추는 것이다.

‘품격경영’의 저자 신성대 씨는 “테이블매너를 통해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좌빵우물’처럼 식기나 음식 위치를 아는 것만이 올바른 매너가 아니다. 바른 자세로 먹고, 대화와 소통의 장으로서 식담(食談)을 즐기고, 관심과 배려를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 진정한 테이블매너다. 개개인의 올바른 테이블매너가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국격까지 향상시킨다.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우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은퇴 이후 시간이 너무도 길다. 혼자 할 수 있는 요리도 배우고 품격 있는 테이블매너도 배우자. 삼시세끼 음식에 대한 관심과 예의에는 정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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