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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가뭄, 물 전쟁①] 남보다 못한 이웃된 영남권… 마실물 놓고 지자체 전면전
- 부산, 경남에 “물 달라”, 울산은 대구ㆍ경북에 SOS… 해당 시도 반응 시큰둥… 대구, 취수원 이전 놓고 구미시와 7년째 갈등



[헤럴드경제] 부산과 울산ㆍ경남은 형제들이다. 고향이 경남이지만 부산ㆍ울산에서 살고, 부산ㆍ울산에서 경남으로 출퇴근을 하며 동일한 생활권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한 형제나 마찬가지다. 경남에서 부산이 분리된 것은 1962년, 울산이 분리된 것은 1997년으로 모두 경남이 뿌리다.

하지만 형제처럼 지내야할 부울경 사람들이 남보다 못한 이웃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마실 물. 도시화와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이 마실 맑은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수질오염으로 낙동강 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분쟁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부산과 경남 간 물분쟁은 2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발단이 됐다.

지난달 14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린 ‘취수원 관련 대구·구미 제6차 민관협의회’ 모습.

하루 총 95만t의 마실물이 필요한 부산은 남강댐의 청정수 33만t을 요구했다. 나머지 62만t은 낙동강 강변여과수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국토부의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남강댐의 여유수량을 65만t으로 보고, 이중 절반 가량인 33만t을 부산시민이 사용하고 31만t은 창원시민이, 1만t은 함안군민이 나누어 사용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남의 입장은 달랐다. 경남지역 주민들은 ‘홍수와 지하수 고갈’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남강댐 물을 하루 65만t씩 부산에 추가 공급하면 3년마다 물부족 사태가 발생한다고 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해결방안은 신뢰성 있는 제3기관에 연구를 맡겨 판단을 받는 것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간 의견이 좁혀지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부산시의 ‘제3기관 연구’안이 경남 측에 전달됐으나 결국 경남도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 갔다.

부산시는 중앙정부 차원의 조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지역 간 이해타산을 넘어 공공재인 물 관리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줄 것을 건의했다.

울산도 마실 물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울산시민들은 매일 32만t의 마실 물을 사연댐과 대곡댐에서 충당해왔다. 수질도 깨끗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와 대곡천 암각화군을 보존하기 위해 두 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논의되면서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연댐과 대곡댐의 수위가 낮아지면 하루 12만t의 식수가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인근 지자체인 대구ㆍ경북에 위치한 운문댐과 대암댐에서 각각 7만t과 5만t을 끌어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의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의 핵심은 운문댐 용수를 공급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대구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구시민들도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며 식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울산에 물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울산 맑은 물 공급계획은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문제와 맞물려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올해 안으로 경북ㆍ구미와 협의를 거쳐 취수원 이전문제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거 페놀과 다이옥산 사태 등을 겪은 대구시민들의 안전한 물을 먹기 위한 취수원 이전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대구 취수원 구미이전과 관련해 이웃이나 다름없는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의 갈등이 7년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해 3월 ‘대구 취수원 이전을 위한 민관 공동협의회’를 구성, 수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특히 올해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서 취수원 이전 논란을 매듭지겠다고 공언, 그 어느때 보다도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린 ‘취수원 관련 대구·구미 제6차 민관협의회’도 별 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당시 대구시 측 위원들은 전문가 소위가 제안한 수질오염 문제를 환경부 판단에 맡기자고 제안한 반면 구미시 측 위원들은 다음에 논의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구미시 측은 요구사항을 수일 내로 알리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후 구미시 측은 ‘수질사고가 났을 때 대구시가 임시방편으로 할 수 있는 방안, 영천댐을 활용한 치수 등’을 전해와 사실상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거부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민관협의회가 구성된지 일 년”이라며 “답답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인내를 갖고 대화의 창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옮기는 안과 구미공단 상류에다 강변 여과수를 개발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부산=윤정희, 대구=김병진 기자/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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