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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저당권 설정 폭탄…인천 집값 71% ‘빚’
-세종시 근저당권 설정 채권액, 매매가의 76% 전국 최고
-수도권에선 인천 부동산 근저당권 설정 금액 많아
-세입자, 경매 넘어갈 경우 보증금 손실 가능성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5일 인천지방법원 경매13계. 남구 용현동 ‘용현엠코타운’ 전용면적 84.98㎡(감정가 2억6100만원)가 경매에 나와 2억3201만원에 낙찰됐다. 7명이 응찰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8.89%까지 올라 꽤 괜찮은 가격에 팔린 셈이지만, 이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이모씨에겐 악몽의 시작이 됐다. 2012년 3월 전세보증금 1억4000만원을 주고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이씨는 2012년 5월 전세권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엔 이미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2억2560만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이 아파트 시세가 2억3000만~2억5000만원 정도였으므로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보증금이 위험한 상태였다. 그런데 ‘설마’했던 사태가 현실이 됐다. 이 아파트는 작년 6월 경매에 넘어갔고, 한차례 유찰후 이번에 낙찰됐지만, 배당 우선순위에 밀린 이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377만여원에 불과하다. 

최근 근저당권 설정 부동산이 증가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게시판.

부동산 ‘근저당권’ 설정이 크게 늘면서 세입자들의 보증금 위험도 급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저당권은 돈을 빌려준 은행이나 개인이 부동산 등을 담보물로 잡아 돈을 못 받게 되면 이를 처분해 우선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을 경우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하고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15일 대법원 사법등기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새로 근저당권 신청을 한 부동산은 418만8080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분기별로 100만건 이상씩 근저당권을 새로 설정할 정도로 급증세다.

문제는 이렇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부동산이 늘면 세입자들이 떠안아야할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집주인이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다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대법원 사법등기국이 분기별로 작성하는 ‘2015년 4분기 지역별 부동산 근저당권 설정 채권최고액’과 국민은행이 대출 기준으로 활용하는 2016년 1월 ‘KB시세(주택) 매매가 평균’을 비교한 결과, 70% 이상을 기록한 곳이 4군데나 됐다. 매매가의 70% 이상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우선 순위에 설정된 ‘빚’이란 이야기다.

수도권에선 인천시가 72.1%(부동산 채권최고액 평균 1억5339만원, 매매가 평균 2억1274만원)로 유일하게 70%를 넘었다. 전국 기준으로 세종시가 76.4%(채권 최고액 1억7529만원, 매매가 평균 2억2939만원)로 가장 높았고, 충청남도(75%), 전라남도(74.6%) 등도 매매가격 대비 근저당설정 채권최고액 비율이 70% 이상을 기록했다. 충청북도(68.2%), 부산시(64.8%), 전라북도(63.5%), 경상북도(63.1%) 등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서울(41.8%)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근저당권 설정 채권최고액 규모가 주택 평균 매매가격의 50% 이상을 기록했다.

주택 매매 가격의 절반 이상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으면 세입자의 보증금 손실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권을 설정해 놓아도 배당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확률은 낮아진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70% 수준일 정도로 치솟은 상황이어서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 경매 낙찰가는 감정가의 80% 수준이다. 1억원짜리 아파트라면 8000만원에 낙찰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아파트에 평균 5000만원 이상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인천이라면 평균 72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우선 배당된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이 별로 남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의 경우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서울 주택에 설정돼 있는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2억963만원인데, 전세 평균은 3억2037만원이나 된다. 평균 매매가(4억9449만원) 수준에 낙찰된다고 근저당권에 우선 배당되고나면 4000만원 정도의 보증금 손실은 불가피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요즘 상황에선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의 임차인은 대부분 보증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올해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들이 늘어나면 보증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빠지는 임차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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