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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전도 못찾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악몽같은 하룻밤
北 추방통보에 ‘빈손으로 쫓겨나’
“사실상 망한 것이나 다름없어”… 자살이라도 안하면 다행
거래중단 막기 위해 한국서 다시 만들어야 할 판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혜림 기자] 북측이 갑작스레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자산을 몰수하고 인력을 모두 추방한다고 일방 통보하며 전날 빈손으로 쫓겨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 설비에 원자재, 완제품 등이 고스란히 개성공단에 남아있어 피해금액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에 의류공장을 가동 중인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12일 “개성공단 초기 부지 매입 자금으로 투자한 게 40억”이라며, “주가 하락도 예의 주시 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B2B 사업 특성상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이라 본격적인 공장 건립이나 생산은 하지 않았지만 부지 매입 자금이 문제”라면서, “남북경협보험을 통하면 대부분 회수가 가능하다곤 하는데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업체 관계자도 망연자실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상당수가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기업”이라며 “사실상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 입주업체들의 피해금액은 기존 설비투자비용 1조원을 포함, 몰수된 완제품 등까지 고려하면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처 단절 등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영업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보여 이들 업체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래처들도 갑작스레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피해가 막심하다. 성수동의 한 중견 의류업체 관계자는 “2시 반 이전에 개성공단을 빠져나온 업체는 1만5000장의 의류라도 싣고 나왔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몇만 장 수준이 아니라 니트와 바지 등 수십만 장을 주문했던 상태”라며 “당장 손실액만 20여억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원단과 부자재 등을 우리 측에서 새로 구매해 제작해야 하고, 그나마도 판매 시기를 놓치면 안돼 운송도 배편이 아닌 항공편으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손해가 더 불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류업체 관계자는 “손해가 수십억원에 달해도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며 “우리끼린 자살이라도 안 하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 폐쇄 및 단전ㆍ단수 조치가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윤태 통일전략연구소장은 “당장 북으로 흘러들어가던 현금의 흐름이 막혔으니 일정 부분 북한 경제에 영향은 있겠지만, 그 동안 북한이 외부 압박 등에 내성을 쌓아왔기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이나 주민들도 북한 정부에 대한 불만보다는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며 “내부적으로도 큰 동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협회원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여야 지도부와 면담하고 피해 보전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남북경협보험 가입 업체의 경우 손실액의 90% 범위에서 최대 70억원까지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입주한 124개 업체 중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76개밖에 되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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