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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품 위작 뿌리뽑을까 ②] 정부가 만드는 ‘미술품 전작도록’ 실효성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문화융성의 가치 확산’을 내 건 현 정부의 문화정책은 제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미술계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ㆍ이하 문체부)가 이중섭, 박수근 두 작고 작가에 대한 전작도록을 제작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주관, 지난해 6월 미술계 전문가 5인으로 사업 추진위원회가 꾸려졌고, 여기에서 2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각 작가별로 연구팀도 구성됐다. 추진위원회와 연구팀은 대부분 미술평론가와 미술사학자, 지방 미술관 큐레이터들로 구성됐다. 


추진위원회에는 미술평론가 오광수(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씨를 위원장으로, 김이순 홍익대 교수, 김복기 경기대 교수,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최태만 국민대 교수가 포함됐다.

이중섭 연구팀은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제주도립이중섭미술관이 컨소시엄을 이뤘다. 미술사학자 목수현 씨를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원 5명(최열, 전은자, 김유정, 김미정, 신수경)과 연구보조원 2명(이은주, 김명훈)이 포함됐다.

박수근 연구팀은 한국미술품감정협회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컨소시엄을 이뤘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안동대학교 교수) 씨를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원 3명(최정주, 엄선미, 김인아)과 연구보조원 2명(이명선, 정경원)이 포함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3년에 걸쳐 데이터를 리서치하고 수집한 뒤 전작도록이 만들어지면 디지털 출판 형식으로 온라인에 먼저 띄우고, 이 과정에서 여론의 검증을 받아 오류를 수정한 후 인쇄물로 출판할 예정이다. 디지털 버전에는 진위 논란이 있는 작품도 ‘진위 논란 있음’이라는 표기 하에 함께 게재될 예정이다. 저작권과 출판권은 정부(예경)가 갖는다.

연구팀은 작품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보다 데이터 리서치 기능에 방점을 뒀다.

신은향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 과장은 “연구팀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력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리서치 역할이지 감정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도록의 오류 검증을 위해서는 향후 5명의 인원으로 별도의 ‘검수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정부 주도 전작도록 제작을 놓고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절차의 투명성, 결과의 실효성 때문이다.

미술계에서는 전작도록 추진위원회 위원들과 연구팀, 작가 선정 과정 등이 투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체부 측은 “그럼 도대체 누구를 포함시켜야 하느냐”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전 공청회 등을 거쳐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연구팀에는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을 포함시켜야 했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이해당사자’가 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중섭 연구팀에 들어가 있는 미술평론가 최열 씨는 ‘이중섭평전’을 써낼 만큼 이중섭 전문가로 꼽히지만, 2005년 서울옥션 ‘이중섭ㆍ박수근 위작 사건’ 당시 서울옥션의 모체인 가나아트의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연구팀 리서치가 그동안 이중섭, 박수근 작품을 주로 취급해 온 메이저 상업화랑 2~3곳 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포함되면 안 된다는 논리다.

또 향후 작품 진위 여부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작도록을 만드는 데 ‘검증’ 작업이 아닌 단순 리서치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작가의 전작도록 제작에는 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진위 검증도 안 된 작품들을 단순 나열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인 로드맵 없이 주먹구구식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체부는 향후 연구팀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관리가 필요한 전작도록을 그때 그때 필요한 인사들을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면 결국 부실 문제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술계 한 인사는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 나면 그 뿐인 공무원들이 얼마나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전작도록을 제작,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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