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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롱받는 형벌권②] 살인ㆍ강도 10명 중 5.5명만 실형, 6년來 최저
- 법원 실형ㆍ검찰 구형 간 간극도 커져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고등법원은 ‘안산 인질살해범’ 김상훈(46)에 대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상훈은 작년 1월 아내의 전 남편 집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전 남편과 의붓딸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피해자 자녀들도 법정에서 김상훈에 대해 “사형에 처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살인과 강도 등 흉악사범에 대한 실형선고율이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흉악범에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 법감정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흉악사범(살인ㆍ강도) 3669명에 대한 법원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2009명으로 드러났다. 실형선고율은 54.8%로 2009년(52.6%)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실제로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면 흉악사범 실형 선고율은 지난 2006년부터 58~70% 수준을 유지해왔다. 2006년 70%에 육박했던 실형선고율은 2011년 58.7%, 2012년 60.3% 등 60% 안팎을 이어왔지만 이번에 다시 떨어진 것이다.

법원과 검찰의 의견 차이도 다시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구형량의 50% 이상 법원 선고율’은 작년 40.9%로 역시 6년만에 다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12년 48.1% 등 2010년 이후 평균 45% 수준에 근접한 바 있다.

흉악범에 대한 법원 판결과 국민의 법 감정 간 차이로 벌어지는 갈등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10살 큰 딸을 학대한 ‘칠곡계모사건’의 임모(37)씨에 대한 최종심에서 대법원이 징역 15년을 확정한 이후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은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는 형량으로 유감스럽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잖은 반발이 일었다.

자신의 집 앞에서 귀가하던 A씨를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은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여중생을 납치ㆍ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김길태 사건’의 경우에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최종심에서는 무기징역이 확정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량한 시민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흉악범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고가 이뤄지도록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법원의 양형기준이 여론에 의해 그때 그때 휘둘리고, 이를 통해 과중한 형벌권의 행사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판사들에게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메마른 법률가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국민 의식과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세심한 감수성과 혜안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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