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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롱받는 형벌권①] ‘열정페이’ 없앤다고?… 최저임금 위반 사법처리 고작 2%
-지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 적발해도 형사 고발 안해
-검찰ㆍ법원까지 오지도 않고 과태료만 물고 끝나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최저시급 5580원을 주지 않아 최저임금법 6조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 919건이다.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는 19건으로 불과 2% 수준이다.

현재 최저임금법 6조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재판까지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사법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사법경찰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형사고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각 지방노동청 산하 근로감독관이 담당한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관계 법령 위반의 죄에 대해 수사가 가능하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출연한 알바몬 시급 광고. 사진=알바몬 광고 캡처

그러나 일선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법을 어긴 업주에 대해 시정명령만을 내리고 사건을 끝낸다. 밀린 임금이 지급되면 해당 업주를 형사 고발하지 않는다. 상습적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끝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근로감독관이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을 때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형사고발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민간조정관도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근로자가 임금 문제로 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내면 기업 인사 담당자 출신 등으로 구성된 민간조정관에게 접수된다. 민간조정관은 조정을 성립시킬 때마다 건당 5만원 상당의 성공보수를 받는다.

한지양 노무사는 “근로자가 형사 고소를 강하게 주장해도, 민간조정관이 오히려 사용자 편에서 근로자를 만류하며 밀린 임금 일부만을 받고 고소를 취하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검찰까지 사건이 넘어오지도 않으니 법원에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공염불에 그친다. 지난 1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은 다른 임금 미지급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사진=헤럴드경제DB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징역형과 벌금을 규정한 현행법을 ‘2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바꾸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시정명령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즉각적인 경제적 제재 효과가 높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안대로라면 형사처벌인 징역형과 벌금형을 빼고 행정처분인 과태료를 넣었기 때문에 근로자는 형사 고소ㆍ고발을 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시정명령을 빼는 것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직무규정 수정만으로도 가능하다”며 “벌칙조항 삭제는 국민 입장에서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대통령 공약이었던 ‘최저임금법 위반 징벌적 손해배상’도 추진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권리를 하나 빼앗는데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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