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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지만 큰 생활혁명…지하철 ‘쩍벌남’이 다리 모은 까닭은?
-지하철 3호선 ‘오렌지 하트 스티커’ 시범 시행…효과 높아
-서울시 “버스정류장 괄호라인 등 시민 아이디어로 변화”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맨스프레딩(manspreading)=대중교통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 일명 쩍벌남.’

맨스프레딩이란 단어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새롭게 등장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미국 뉴욕에서는 ‘쩍벌남 퇴치’ 캠페인에 들어갔고 경찰이 지하철 좌석에서 다리를 쫙 펴고 앉아있던 남성 2명을 체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비좁은 지하철 좌석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민폐를 끼치는 일명 쩍벌남들이 옆 사람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남성들이 다리를 쩍 벌리고 옆에 앉아 있으면 당장 불편해도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 ‘다리를 꼬고 앉은 여자’라는 뜻의 ‘다꼬녀’도 대중교통의 대표적인 민폐승객으로 꼽힌다. 옆 사람은 다리에 신발이 닿을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3호선 일부 열차에서는 두 달 동안 쩍벌남, 다꼬녀를 볼 수 없었다. 비밀은 바로 발아래 작은 스티커에 있었다. 승객들은 오렌지 하트 스티커 부착된 좌석에서 ‘쩍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스티커 안으로 양발을 쏙 집어넣게 돼 저절로 좌석 매너를 지키게 됐다.

이 스티커는 사실 대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서울시가 그 목소리에 바로 응답했다.


서울시는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지하철 3호선에서 시범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스티커가 담긴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타고 퍼지면서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방자치 20년. 중앙정부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노력들이 큰 성과를 낳고 있다. 화재 안전 시험을 거친 이 스티커는 공공예절을 회복해보자는 대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로 종료된 이 캠페인의 확대시행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캠페인은 민간 공모전에 입상한 한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빌려 시행하게 됐다”며 “이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좌석과 비교해 볼 때 다리를 벌리고 앉는 승객들이 줄어드는 등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민간의 아이디어로 진행하는 버스정류장 ‘괄호라인 프로젝트’가 줄 서기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버스 대기 승객들이 늘어선 줄이 보도를 막아 보행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내용이다. 간단했지만 효과는 컸다. 서울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 앞 버스정류장에 괄호와 괄호 사이 점선을 넣은 스티커를 바닥에 부착했더니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점선이 그려진 곳을 피하면서 보행자들의 이동 공간이 자연스럽게 마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청사 정문과 후문 등 출입구에 ‘뒷사람이 보이면 문을 잡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종이거울 스티커를 부착했더니 자연스럽게 뒷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거대한 정책 과제가 아닌 일상 속 작은 작은 아이디어가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하며 “올해도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천할 수 있는 더 많은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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