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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정치실종] 대만의 정치역사는 ‘차이잉원’ 아닌 ‘청년’이 바꿨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압도적인 표차로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에게 승리, 대만의 새로운 정치역사를 연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차이잉원의 화려한 승리 뒤에 가려진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청년 정치에 도전하는 신생정당 시대역량(時代力量)이 그들이다.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6.1%를 득표, 의회 내 5석을 차지하며 제3정당으로 우뚝 선 시대역량은 청년층의 뜨거운 표심에 힘입어 대만 정치권의 주요 의제인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시대역량은 2014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서비스 산업분야 시장개방 확대를 골자로 하는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을 비준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며 벌어진 ‘해바라기 운동’을 통해 힘을 얻어 탄생했다. 당시 대만 학생운동단체 소속 대학생과 활동가 등 200여 명은 입법원을 기습 점거 농성했고 거리 곳곳에서 마 총통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대만에서 입법원이 시민에게 점거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바라기 운동’이라는 이름은 시위대와 운동가들이 해바라기 장식을 가슴에 달고 시위를 벌이면서 붙여졌다.

청년들이 주축을 이루다 일반 시민까지 가세하게 된 해바라기 운동은 친중국 정책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을 드러내며 온라인 상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제3당으로 떠오른 시대역량의 당수인 황콰창은 “이번 선거는 우리의 첫 번째 선거였고 갈 길이 멀다”며 “우리당은 해바라기 운동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과 협력을 하고자 원한다면 중국은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는 대만 시민을 존중해야 한다”며 “대만 시민이 가진 미래 결정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언론은 향후 험난한 양안 관계를 예측하기도 했다.

그 평가가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이들의 존재가 보수적인 대만 정치판에 변화와 개혁을 부르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리에서 시작된 ‘해바라기 운동’의 힘을 1년여 만에 의회 내 현실정치로 진화시키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시대역량은 대만의 정책연구 및 여론분석 기관인 대만싱크탱크(台灣智庫)가 벌인 여론조사(전국 20세 이상 성인 1089명에게 정당 공감도를 질문)에서 국민당(11.7%)을 제치고 2위(19.4%)를 차지(1위는 민진당이 35.6%), “대만의 정당 재편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과연 ‘청년 정치’가 실종된 우리나라에서도 제2의 시대역량을 언젠간 만나볼 수 있을까? 온라인을 통해 2030세대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널리 퍼져나는 21세기, 대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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