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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별 경제이슈]40대 사교육비ㆍ주택…‘과욕’보다는 ‘실사구시’ 초점을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40대 직장인 A씨는 월급 가운데 세금과 4대보험 등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가처분 소득이 450만원 정도 된다. 적지 않은 돈인데도 가계적자는 쌓이기만 한다. 과소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A씨는 과소비와는 거리가 멀다. 월 생활비 지출은 250만원 가량된다. 지출항목별로 사교육비가 1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생활비 약 100만원, 차량유지비 30만원, 부모님 용돈 20만 원 등이다. 여기에 집을 살 때 얻은 담보대출 2억원의 상환원리금 180만원과 마이너스대출 이자 30만원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간다. 월 지출은 총 460만원. 저축은 커녕 매달 10만원씩 빚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40대는 자녀교육이 본격화하는 시기로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다. 게다가 내집마련이나 좀더 넓은 평수로의 옮기면서 주택 관련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때이기도하다. 그래서 A씨처럼 저축은 꿈도 못꾸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40대부터 빚을 줄이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40대는 사교육비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따른 과도한 부담 등으로 부채조정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50대를 훌쩍 넘기고나서야 부채를 줄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소득이 줄어드는 고령층이 돼서까지 많은 부채상환 부담을 지게된다. 주거 관련 비용으로만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지출하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 40대가 흔하다. 재테크는 꿈도 못 꾸고, 사교육비다 주택담보대출이자다 해서 하루하루 돈에 쫓기며 불안하게 살아가는 가구가 적지 않다.

▶사교육비에 허리 휘고= 7일 통계개발원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전체 가구 교육비 지출추이를 살펴보면 10년 전인 지난 2006년 가구당 교육비 지출이 연간 227만원에서 지난 2014년에는 279만원으로 약 43만원 증가했다. 가구주의 연령대별 교육비 지출 양상을 비교해보면, 가구주가 40대일때 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고 이후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규 교육비는 50대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60대에 감소했고, 학원 및 보습 교육비는 40대 정점에 이르다 50대 급격히 감소했다.

자녀가 초·중·고 학생일 가능성이 높은 40대 가구주는 학원 및 보습교육비 등 사교육비 지출이 많고,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시점인 50대 가구주는 대학등록금과 같은 정규교육비 지출이 많다. 지난 2014년 전체 교육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정규교육비 비중 30.3%의 2배가 넘었다.

▶주택마련에 무릎 꺾이고= 우리나라에서 내집 마련이나 집 넓히기에 가장 활발한 계층은 40대다. 한 분양대행 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시장에서 청약경쟁률(평균 161대 1) 순위를 갈아치우며 주목받은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는 40대 계약자 비율이 38.2%로 가장 많았다. 이 단지는 계약금이 20%로 다른 단지에 비해 초기부담액이 컸지만 40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했다.

GS건설이 평균 364대1의 경쟁률로 분양한 부산 해운대 자이2차의 당첨자 연령대 역시 전체 489가구(특별공급 포함) 중 40대가 38.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주를 이루는 지방 산업단지 분양시장 역시 40대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충주의 3개 산업단지가 모인 ‘트리플 경제특구’ 중 충주첨단산업단지에 분양중인 충주 코아루 퍼스트의 계약자 중에서도 40대의 계약비율(39%)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40대가 주된 주택수요층으로 부상하면서 부채를 줄이고 노후대비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

▶과욕보다는 실사구시적 접근을=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40대가 부채조정 시기를 놓치는 가장 큰 이유로 사교육비와 과도한 내집마련 지출을 꼽고 있다. 따라서 40대 재무설계의 핵심은 자녀교육비와 주택관련 비용의 절감 여부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가장 큰 원칙은 나의 노후와 자녀의 교육비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지출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자녀의 능력과 내공을 키우기 위한 것인지, 스펙을 쌓기 위해 혹은 부모의 자기 위안을 위해 지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무리하게 집을 넓혀 은행 대출이자에 허덕이기보다 빚지지 않고 여윳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실사구시적 접근이 요구된다.

40대의 나는 앞으로 40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다. 그 기간을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면, 현재의 과도한 사교 육비를 줄여 노후자금과 자녀의 대학자금으로 전환하고, 수익도 안나는 큰집을 투자목적 명목으로 장만하기 보다는 전세나, 혹은 좀 작은 집에 살면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이승훈 연구원은 “고령화 시대에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소비성향 증가와 사교육비 절감, 하우스 푸어 줄이기, 출산율 확대 정책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40대부터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40대 가구의 사교육비 부담을 축소시키고 하우스 푸어를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젊은 가구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제도적 변화, 신뢰할 수 있는 보육시스템 구축 등 육아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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