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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지는 노동패턴]눈치봐야 하는 아빠들, 육아휴직 ‘보기 좋은 떡’…유럽 남성할당제 활성화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육아휴직을 하는 ‘슈퍼맨’ 아빠들이 많이 늘었다지만 우리나라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모두 4872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8만7339명)중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그쳤다. 육아휴직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서를 내려면 아직 상당한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남성 직장인이 최대 1년간 업무를 중단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우리의 직장 분위기는 아직 용인해주지 않고 있는데다 수입 감소에 따른 생계 걱정도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남성 육아휴직 비중이 단 시간 내 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 [헤럴드DB]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남성의 일ㆍ가정 양립 현황과 개선 방안’ 결과를 보면 남성들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평일 기준 1.65시간에 그쳤다.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34.4%로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보기 좋은 떡’일 뿐이다.

정부는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늘리기 위해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빠의 달’ 제도는 부부가 동일자녀에 대해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번째 사용자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가 아닌 100%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첫 달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15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마저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인센티브 정책만으로는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자리잡은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의 국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아빠의 육아휴직을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보다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전체 육아휴직 기간 중 일정한 기간은 반드시 아빠가 신청하도록 하는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3년 남성 할당제를 처음 도입한 노르웨이의 경우 자녀가 세 살이 될 때까지 부모가 신청할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기간 11개월 중 6주는 반드시 아빠가 신청해야 한다. 이때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부모의 유급육아휴직 기회를 사라지게 된다. 전체 육아휴직자 100명 중 3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할당제 도입 후 10명 중 2명으로 늘어났다.

독일도 육아휴직 기간 14개월 중 2개월은 부모 중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자가 사용토록 하고 있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2개월 사용할 경우 상황에 따라 2개월을 추가로 주기도 한다. 이로 인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비율이 지난 2006년 3%에서 2013년 32%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은 아이 양육에 대해 부모의 분담을 강조하고, 남성할당제를 휴가제도에 도입된 가장 명시적인 성평등 조치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도 일ㆍ가정 양립정책 대상을 여성과 직장 중심에서 남성과 가족으로 넓히고, 육아는 여성의 몫이 아닌 ‘부모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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