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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지는 노동패턴]유연해진 일터환경, 삶의 질을 바꾼다…기대효과와 개선책은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직장인 이 씨(39세)는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부산에 내려갔다. 그리고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5일까지 부산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했다. 차량 정체를 피해 미리 고향에 내려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고, 명절 스트레스가 줄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

유한킴벌리가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의 사례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의 스마트워크센터를 활용해 직원들이 귀성ㆍ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경영을 시험 중이다. 부산, 대전 등에 마련된 스마트워크센터를 활용해 고향에 일찍 가거나 늦게 복귀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유연근무제의 가장 큰 장점은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근로자가 더 집중해 일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면서 공무원 3명 중 2명 꼴로 가족관계가 개선되고, 업무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무제는 지난 2006년 행정자치부가 처음 도입했다. 유연근무제의 유형도 다양하다.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회사에 나가 근무하는 ‘시간출퇴근제’, 하나의 일자리를 두 명 이상이 나눠 갖는 ‘일자리공유제’, 일일 근무시간을 늘리는 대신 추가로 휴일을 받는 ‘집중근무제’, 일정 기간 동안만 근무시간을 줄여 갖는 ‘시간선택제’,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만 근무하는 ‘재택근무제’ 등이 적용, 시행되고 있다.

유연근무제가 고령화ㆍ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직장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활용도가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혼여성이 일하면서도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이른바 ‘워킹맘’의 근무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일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는 대신 퇴근시간도 7시로 늦추는 유연근무가 이들 워킹맘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게 하는 유연근무제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사용주 재량에 따라 유연근무제가 악용될 소지도 있다. 출근 시간을 앞당기는 대신 퇴근시간도 빨라지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 회사, 업무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의 특별 지시가 없는 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연근무제가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 특히 시간선택제의 경우 비정규직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주 40시간 이하만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나 승진 등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데다 나중에 전일제 근무로 전환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력이 단절되는 이른바 ‘경단녀’ 현상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또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지고, 근무 기강 해이로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획일화되고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반 강제적으로, 눈치를 보면서 하는 유연근무제는 ‘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재택 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할 때 일과 휴식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근로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고, 그 반대로 조직이나 팀이 와해돼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고, 업무 결과나 상황에 따라 근무제를 다시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사진: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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