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의 경제행복지수]행복지수 높이려면…제로성장 시대, 욕망보다 필요에 충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경제가 성장하면 행복해질까? 어느 정도 ‘그렇다’고 한다면 얼마나 성장해야 할까. 경제성장이 곧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과연 어떠한 정책 대안 또는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경제행복도가 높아질까.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의 증진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경제규모를 키우고,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것도 모두 사회와 기업 구성원들이 보다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그 목표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 따저볼 일이다.

경제성장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장론자들은 분배든, 복지든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행복도를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성장ㆍ소득증가가 행복도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성장의 질이라 할 수 있다. 성장이 이뤄지더라도 성장의 과실이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 구축하는 데 투입되지 않거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그래서 공동체와 사회적 유대가 파괴된다면 행복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성장이 행복의 충분요건은 아니다=수년 동안 국민들의 경제행복지수를 산출해오고 있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경제성장과 행복지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성장률이 3%를 넘느냐 못넘느냐보다는 개인의 소득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더 민감한 셈이다.

특히 자산규모와 행복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작년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산규모 10억원 이상 계층의 행복도가 65.3점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자산규모 3억~5억원 규모의 행복도는 50.1점을 기록한 반면, 이보다 자산이 많은 5억~10억미만은 48.4점으로 행복도가 오히려 낮았다. 자산규모 1억원 미만은 39.2점으로 행복도가 가장 낮았고, 1억~3억원 미만은 44.9점을 기록했다.

자산규모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진 것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5억~10억원 미만 계층이 작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원리금 부담상환 등으로 경제적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절대적인 성장이나 자산의 많고 적음보다는 그것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단순히 성장률을 제고하거나 부(富)를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한 셈이다.

사회구성원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선 성장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충분요건은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추구해온 선진국 추격을 위한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환경과 구성원들의 여건을 고려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경제성장과 행복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이론으로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꼽힌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주장한 것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실증결과에서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득수준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

기본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소득수준이 얼마인지는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생활패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국민소득이 10여년 전에 2만달러를 넘어 이제 3만달러에 육박하면서 평균적으로 기본욕구를 충족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나 주관적 행복도가 크게 낮고, 특히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국가보다도 행복도가 낮다는 사실은 한국이 이제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징표다. 현실적으로도 저출산ㆍ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선진국 추격성장의 한계, 신흥국의 도전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적 행복을 제고하기 위해 ▷노후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대책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주거비와 교육비 등의 경감 대책 ▷고령자들의 노후지원을 위한 일자리 대책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 등을 주문했다.

◆욕망보다 필요에 충실한 삶=사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기본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많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6%에 달하며, 특히 은퇴연령층의 빈곤율은 48%에 달한다. 빈곤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하고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사회지도층, 특히 부유한 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적 책임)’가 절실하다. 사회적 약자나 경쟁 탈락자를 배제하고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삶의 패턴이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저성장이 본격화하고, 잠재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제로성장’을 염두에 두고 욕망의 충족보다 필요에 충실한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체질 변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경제성장을 위한 것에 그친다면 행복도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사회적 유대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