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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별 경제이슈]50대 고용불안ㆍ노후대비…은퇴 후 절반이 빈곤층 전락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는 할일이 아직 남아서, 팔십세에는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 전해라, 구십세에는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고, 백세에는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작년말 폭발적인 인기를 끈 ‘100세 인생’의 노랫말이다. 이제 ‘100세 시대’는 꿈이 아니라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50대의 가장 큰 경제적 고민은 바로 ‘100세 시대’의 준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가 은퇴해 있는 경우 가구주의 실제 은퇴연령은 61.7세로 나타났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경제활동의 마지막 단계인 50대에 준비를 마쳐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50대의 자화상은 우울하다. 직장에서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자영업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취약한 사회보장 및 공적연금 시스템으로 노후대비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준비안된 은퇴에 내몰리는 50대=통계청의 ‘2015년 가계 금융ㆍ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가구는 8.8%에 불과한 반면,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가구는 55.4%로 절반을 넘었다.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가구도 17.4%에 달했다.

2014년과 비교해보면 노후준비가 잘돼 있다고 응답한 가구가 0.4%포인트 줄어든 반면, 그렇지 않다는 가구가 2%포인트 늘어 최근의 경기침체로 노후대비 정도가 더 악화됐음을 보여주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7.4%에서 35.8%로 1,6%포인트 줄었다.

가주주가 은퇴한 가구의 경우를 보면 더욱 열악하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63%로 거의 3분의2에 육박했는데, 이 가운데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이 20.9%, 부족하다는 응답이 41.7%였다. 여유있다는 응답은 7.9%, 보통이라는 응답은 29.9%였다.

이렇다 보니 은퇴 이후에 절반 정도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연령대별 빈곤율을 보면 30대가 8.3%로 가장 낮고, 40대 10.6%, 50대 13.6%로 완만하게 높아지다가 60세 이상으로 올라가면 39.4%로 급증한다. 특히 은퇴 연령층인 66세 이상의 빈곤율은 48.3%에 달해 절반 가까운 사람이 은퇴와 함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사태’인 셈이다.

고령화에 대응해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공기업이나 공직사회를 제외하고 금융권을 포함한 민간기업의 경우 50대에 들어서면 명예ㆍ희망퇴직의 압력을 받게 된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뒷방’ 신세의 잉여인력으로 취급받는 등 ‘나이 차별’을 받는다. 노동개혁으로 해고가 더욱 자유로워져 이들의 고용불안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50대의 위기는 사회적 위기=50대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으로 종합적인 판단능력이나 두뇌활동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자산 보유규모도 50대가 가장 많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평균 자산이 4억2229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60세 이상(3억6042만원), 40대(3억3175만원)의 순이었다. 원론적으로 인생의 황금기, 자산도 많고, 부채도 많은 연령대가 50대다.

하지만 50대의 불안은 국가경제에도 부담이다. 이들의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전체에도 부담을 주게 되는데, 50대 이상 중ㆍ노년층의 소비심리가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들의 소비심리 위축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보다 심각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64.4%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94.5%에 비해 무려 30.1%포인트나 낮았다. 50~59세 중년층의 소비성향도 일본이 74.0%이었던 반면 한국은 67.7%로 6.3%포인트 낮았다.

이에 비해 49세 이하 청ㆍ장년층의 소비성향은 한국이 일본보다 다소 높았다. 39세 이하 소비성향은 한국이 72.1%로 일본(68.9%)보다 3.2%포인트 높았고, 40~49세 장년층의 소비성향은 한국(75.5%)이 일본(68.6%)보다 6.9%포인트 높았다.

가처분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를 위해 지출한 금액의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현재의 경제상황보다 미래의 경제나 소득에 따라 크게 변한다. 우리나라의 50세 이상 중년 및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위축된 것은 그만큼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기 때문이다.

◆50대 행복지수 최하위, 대책은?=그러다 보니 경제행복지수 평가에서 50대의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말에 연령대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50대의 행복지수가 39.4점으로 가장 낮았고, 전체 평균(44.6점)에 비해서도 5.2점 낮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48.8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가 48.2점으로 20~30대의 행복도가 높았다.

하지만 40대에 44.7점으로 하락하고, 50대에 39.4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다음 60대를 넘어 40.2점의 낮은 상태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중년으로 가면서 행복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50대의 불안을 덜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과 복지ㆍ지원시스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으로 50대 이상 계층에게 연금을 추가납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세제혜택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편중된 자산을 매각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취ㆍ등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후가 불행하면 자신의 삶 전체가 불행하다고 느끼기 쉽고, 가장이 불행하면 가족 전체가 불행에 빠질 수 있다. 한 사회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직장과 사회를 위해 일하는 기간이 늘수록 그에 비례해 행복도가 높아져야 사회 전체의 행복도도 높아진다.

작년말 ‘~라고 전해라’는 유행어까지 낳은 ‘100세 인생’ 노래처럼 은퇴후 30~40년을 신나게 보내려면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준비지만, 고령화시대에 더욱 진지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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