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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례음식 제대로 알자]차례주로 ‘정종’을 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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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근이청작 서수공신 전헌 상향(謹以淸酌 庶羞恭伸 奠獻 尙饗)’.

흔히 제례 시 쓰는 축문의 말미에 들어가는 문구로, ‘술과 음식으로 공손히 잔을 올리니 흠향하시옵소서’라는 뜻이다.

민족 대명절 설이다. 이번 설 차례상에 차례주로 혹시 정종을 사용하지 않았나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차례를 지낼때 차례주로 오해하고 있는 술이 바로 ‘정종’이다. 정종은 일본의 사케의 상표명이다. ‘정종(正宗)’의 일본식 발음은 마사무네다. 과거 일제강점기 때 자가양조금지법으로 인해 우리의 전통주가 사라지자 쌀로 빚은 맑은 술이 사라지고 구하기 쉬운 일본 술인 정종이 차례상에까지 올라 온 것이다. 주정이 함유된 정종은 우리 고유의 청주와는 그 방식이 다르다. 주정은 물이 함유되지 않은 95% 이상의 에탄올을 말한다. 이런 정종은 특유의 맛 때문에 차례 후 음복주로는 인기가 없고, 대신 생선이나 고기 등 요리를 할 때 요리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축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작(淸酌) 즉, 맑은 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조상들은 쌀이나 조, 밀 등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었다. 곡물을 발효시켜 술을 빚을 경우 밑에 찌꺼기가 가라앉고 위에 맑은 술이 뜨게 된다. 이것을 걸러 맑고 깨끗한 술만 모아 올린 것이다. 반대로 거르고 남은 술에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추거나 청주를 거르지 않고 술지게미(찌꺼기)만 제거한 술이 막걸리와 동동주 즉 탁주다. 청주는 탁주에 비해 비싸다 보니 지방이나 가정에 따라 탁주를 차례주로 선택하는 예도 있다.

차례를 지낸 뒤 조상님 올렸던 차례상의 술이나 그 밖의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음복례’라 한다. ‘음복(飮福)’이란 복(福)을 마신다는 뜻으로, 조상님의 음덕을 입어 자손들이 잘 살게 해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 말 이래 ‘주자가례(朱子家禮)’가 전해지면서 일반 사대부 집안의 제사에서 음복이 행해졌다. 오늘날은 차례를 올린 후 그 자리에서 웃어른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음식을 먹는 것으로 음복을 한 후 가족들이 다같이 음복을 하는데 이것은 한 해 동안 모든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일종의 축제적인 성격을 띤 의식이라 할 수 있다.

도수가 높은 독주를 차례주로 쓸 경우 정월 초하룻날부터 만취하거나 술이 약한 여성들은 입에 대기가 힘들다. 때문에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도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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