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목사 부부, ‘시신 방치’ 여중생 언니 졸업식도 안왔다”
 경찰 “목사 부부, 여중생 딸 폭행ㆍ시신방치 담담히 재연”
 현장검증에서 당시 상황 되풀이…현관 앞 국화꽃 한 다발

 여중생 언니 친구 “여중생 언니, 부모에게서 용돈 못받아”
“계모, 아이들 학대했을지도”…친척 발언과 관련있어보여




[헤럴드경제(부천)=박혜림 기자] 목사 부부가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미라 상태’의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에 방치한 사건의 현장검증이 4일 경기 부천부부의 자택에서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숨진 여중생 A양(사망 당시 13세)의 지인과 마을 주민 등 수십명이 몰려들었다. 이 중 “여중생의 언니 친구”라는 한 여고생은 “목사 부부가 몇 년 전 A양의 언니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오지 않아 나랑 계속 있었다”고 털어놨다. “계모인 어머니가 전처 자식인 세 자녀를 학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친척의 발언<헤럴드경제 2월 4일자 9면 단독 보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목사 이모(47) 씨와 계모 백모(40) 씨 부부는 숨진 딸의 시신이 놓여있던 집의 작은 방과 거실 등을 오가며 범행 당시 상황을 비교적 차분히 되풀이했다.

오전 11시50분께 집 앞에 호송차가 멈추자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씨 부부가 포승줄에 묶인 채 차례로 내렸다. 둘 다 하늘색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모자를 눌러 쓴 차림이었다. 이씨 부부는 “목사로서 죄책감이 없느냐”, ”아이한테 왜 그랬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A(사망 당시 13세) 양이 숨진 때로 되돌아간 이 부부는 나무 막대와 빗자루로 딸의 손바닥과 허벅지 등을 때리는 장면을 담담하게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나온 주민 70여 명은 골목에 모여 부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집 창문을 활짝 열고 현장을 지켜보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사 아버지와 계모의 얼굴을 보려는 주민들이 몰리자 경찰 100여 명이 골목 어귀를 통제했다.


침울한 표정의 한 주민은 “목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친딸을 죽이고 시신을 집에 계속 놔둘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한탄했다. “숨진 여중생의 언니 친구”라는 한 여고생은 취재진에게 “친구(A양 언니) 부모님이 엄격해 용돈도 못 받아 나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며 “친구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또래 어린이는 다 있다는 휴대전화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1시간 10분 만에 현장검증을 마친 이씨 부부는 곧바로 호송차에 올라 현장을 빠져나갔다. 호송차 뒤로 주민들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이들이 떠난 집 현관 앞에는 누군가 놓아둔 국화꽃 한 다발만 자리를 지켰다.

이씨 부부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부천의 자택 거실에서 딸을 5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부부는 딸이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 시신을 이불로 덮어둔 채 집 작은 방에 11개월간 방치했다.

rim@heraldcorp.com



<사진설명>한 여중생이 목사인 아버지 이모(47)씨와 계모 백모(40)씨의 폭행으로 사망한지 11개월여 만에 발견된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5일 경기 부천 부부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마을 주민 수십명이 몰려들어 현장검증을 지켜봤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나무 막대로 손바닥, 종아리, 무릎 위쪽, 허벅지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이씨가 경찰관에 이끌려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부천=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