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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볼’ 희비 엇갈린 이노션-제일기획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뭔가에 쫓기듯 안개낀 숲속을 달리는 누군가의 시선. 숨이 턱에 닿을듯한 여성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들리는 남성의 다급한 목소리. 새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음습한 숲의 전경.

현지시간 7일 끝난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중계방송 도중 방영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와 엘란트라의 티저(teaser)광고다.

반면, 삼성그룹은 광고가 없다.

수천만명이 TV를 시청하며 열광한 슈퍼볼을 놓고 이노션과 제일기획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올해 슈퍼볼 광고는 30초짜리 TV광고 단가가 500만달러(약 6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50만 달러 상승한 것이다.

슈퍼볼은 수천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시청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한국이 설에 귀성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은 경기에 열광했다.

이날 TV광고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뿐 아니라 수많은 북미지역 잠재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북미지역 매출확대에 나서는 주요 기업들이 이날 거액을 들여 광고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엘란트라 광고 ‘추적’(The Chase) [사진=현대차 미국 유튜브 채널 광고 캡처]
현대자동차 엘란트라 광고 ‘라이언빌’(Ryanville) [사진=현대차 미국 유튜브 채널 광고 캡처]

현대차의 경우 전략적으로 북미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북미시장 매출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이 성장 정체에 접어든데다 북미지역 판매량은 이미 애플에 밀리고 있어 2013년을 끝으로 3년째 슈퍼볼 광고에서 손을 뗐다.

올해 현대차는 제네시스G90(EQ900)과 신형 엘란트라(아반떼) 광고 4편을, 기아차는 신형 옵티마 광고 1편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노션은 이번 현대차의 슈퍼볼 광고대행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기획은 일감이 없다.

두 회사의 엇갈리는 희비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상장한 이노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5% 성장한 356억원을 기록,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반면 제일기획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6% 줄어들었다.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노션은 상장(7월 17일) 이후 주가가 34%(4일 종가 기준)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제일기획은 주가 상승폭이 13%로 뒤쳐졌다. 연초대비 주가를 비교해도 제일기획은 2% 오른데 그친 반면, 이노션은 16% 올랐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두 회사 주가는 최근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노션의 경우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신차광고를 기반으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면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한계에 직면, 유기적인 성장이 다소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도 양 쪽의 명암이 크게 엇갈린다.

[사진=게티이미지]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노션은 현대차 그룹의 광고 대행사로 상장 이후 그룹 물량이 가시적으로 늘고 있으며 미국 지역의 법인 편입 및 신설을 통해 현대/기아차 계열 광고 물량을 흡수하는 중”이라며 “신차 출시 및 신규 브랜드 런칭 관련 마케팅 물량 확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윤상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부터 중장기 이익 성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제네시스 브랜드 글로벌 런칭 ▷미국법인의 고속성장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제외 이후 국내 그룹사 물량 회복 ▷슈퍼볼, 유로2016, 브라질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개최 ▷디지털 광고 역량강화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 및 추가적 취급고 확보 등을 기대요인으로 꼽았다.

반대로 제일기획에 대해선 보수적인 전망이 나왔다.

홍정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 및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들의 광고비 집행이 다소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1분기 실적은 영업총이익 2144억원(분기대비 17.9% 감소), 영업이익 236억원(분기대비 30.2%)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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