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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게 다 잘 풀려요” 김시우의 상승세를 설명할 한 단어 ‘두려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모든 게 다 잘 풀립니다.”

목소리에 자신감에 넘친다. 지난 3년 간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과 좌절을 겪었던 그가 비온 뒤 단단해진 땅 위에 다시 섰다. 어느새 미국 골프계가 주목하는 이름이 됐다. 그 말은, 언제 우승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남자골프의 희망’ 김시우(21·CJ오쇼핑)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국내 골프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4위)과 커리어빌더 챌린지(공동 9위)에서 2주 연속 ‘톱10’에 오른 김시우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막되는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서 3주 연속 ‘톱10’ 진입을 노린다. 김시우가 특히 좋아하는 코스인 만큼 내심 첫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김시우(오른쪽)가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연습에 앞서 이동환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시우 제공]

김시우는 최근 현지 언론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할 9명의 루키’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7일엔 ‘골프천재’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골프 천재 김시우를 소개합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던 스피스와 리디아 고가 워낙 젊은 나이에 좋은 성적을 거둬 천재의 기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김시우는 장래가 유망하다. 조만간 완벽한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김시우는 지난해 10월 개막된 2015-2016 시즌서 7개 대회에 출전, 단 두 차례만 본선행을 놓쳤다. 5개 대회에서 모두 25위 안에 들었고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페덱스컵랭킹 17위로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높으며 상금순위 역시 22위(63만9174달러)로 국내 선수 중 1위다. 평균타수는 7위(69.747타)에 랭크됐다. 이제 서서히 톱랭커들이 합류하는 시기여서 현재 랭킹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김시우에겐 매우 의미있는 숫자다. 바로 3년 가까이 힘겨운 고통을 감내하고 거둔 결실들이기 때문이다.

노승열(25)의 속초 교동초 후배인 김시우는 일찌감치 ‘신동’으로 불리며 고교 1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2년 12월 PGA 투어의 마지막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17세5개월)로 통과하며 조명을 받았지만 오히려 너무 어린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만 18세 이상이 되어야 PGA 투어 정회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8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들쭉날쭉한 실전 감각으로 실력 발휘를 못한 채 결국 시드를 잃었다. 2014년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아버지와 함께 고단한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뿐 아니라 멕시코, 칠레, 브라질 등에서 펼쳐지는 웹닷컴 투어는 인내심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장거리 이동으로 체력은 바닥나고 잇딴 컷 탈락으로 자신감마저 상실했다. 비행기를 놓치는 실수도 몇 차례. 10대의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상이 이어졌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두번째 웹닷컴 투어 시즌인 2015년, 김시우는 조금씩 달라져갔다. 우승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힘이 들어갔던 플레이가 ‘컷 통과’에 의미를 두면서 한층 안정감을 되찾았다. 180㎝, 85㎏의 건장한 체구의 김시우는 외국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장타(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95.6야드·69위)와 단점이었던 퍼팅을 보완하며 성적을 냈다. 마침내 7월 웹닷컴투어 스톤브래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랭킹 12위에 올라 올시즌 1부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시우(오른쪽)의 샷을 노승열(왼쪽에서 두번째) 이동환(왼쪽에서 네번째)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시우 제공]

김시우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티샷 전 캐디가 뒤에서 정렬을 봐주는 장면이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김시우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스스로의 플레이에 집중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유상 CJ 스포츠마케팅팀 부장은 “김시우와 자주 통화를 하는데 요즘들어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생각지도 않았던 운도 따르고 모든 게 잘 풀린다고 한다”며 “한층 여유가 생긴 것같다. 무엇보다 컷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게 가장 큰 것같다. 예선 탈락의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위축됐는데 이제 그걸 깨고 나온 것같다”며 정신적인 안정을 상승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김시우의 2016 리우올림픽 꿈도 가능할 전망이다. 2장의 출전권이 있는 한국 남자 골프는 현재 랭킹 기준 안병훈(29위)과 김경태(60위)가 가장 출전이 유력하다. 178위의 김시우와 차이가 크다. 하지만 김시우가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PGA 투어의 랭킹 포인트가 안병훈과 김경태가 주로 활약하는 유럽과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다. 김시우는 2주 간의 성적만으로 무려 9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스물한살 골프천재 김시우의 올림픽 경쟁은 지금부터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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