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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로마에선 로마법”…중국인을 움직인 ‘김영희표’ 콘텐츠
쯔위사태 ‘반면교사’김영희 PD
첫 총연출 예능다큐 ‘폭풍효자’첫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전국 점유율 1위
따지면 이미 늦어…일단 수용하는게 순서
법보다 정서중시 중국인 문화 체득



다행스럽게도 트와이스 멤버 저우쯔위 사태는 진정 국면이다. 페이와 잭슨 등 중국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JYP에 소속된 다른 연예인도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왔다. 얼마전 열린 제 30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을 중국 내에 생중계한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가 그룹 트와이스가 음반 부문 신인상을 받고 노래하는 영상 부분을 광고로 대체하기는 했지만, 이는 부정적인 여론 확산을 막는 조치로 작용했다.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대중문화담당 기자들은 대부분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던 쯔위 사태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만 쯔위의 동영상 사과를 대만 정치인들이 이용함으로써 문제가 더 커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저우쯔위

중국에는 대만 출신의 연예인들이 많지만, 활동에 제약이 없다. “중국은 하나다”라고 말하면 된다. 암묵적으로 대만기를 흔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대만계 캐나다인이나 대만계 중국인들이 있고 헨리 처럼 홍콩계 아버지와 대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인도 있다. 대부분 화교로 통칭된다. 하지만 대만인으로 국내에서 연예인이 된 경우는 쯔위가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경험이 없고 대처도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 3년반동안 ‘플라잉 PD’와 콘텐츠 제작으로 중국 방송관계자들과 함께 일해온 김영희 PD는 나름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소재 선택에서부터, 우리 정서와 중국 정서가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 이럴 때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 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 법과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걸 들으면 된다. 따지면 늦어진다. 일단 듣고 받아들이는 게 나의 방법이다.”

김영희 PD는 3년간 후난TV의 플라잉 PD를 하면서, 자신의 말에 신뢰와 권위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중국 PD들과 의견 차이와 갈등이 생겼을 경우 자신의 의견대로 따라간다고 했다.

“중국은 말이 많다. 그들의 토론문화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법보다 정서가 위에 있다. 정서를 보고 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쯔위 사태도 중국 정서를 보면 된다.”

김영희 PD가 총연출자 겸 제작자로 참가한 첫 중국 진출작 ‘폭풍효자’(선펑샤오즈)이 23일 오후 10시 중국 전역에 방송됐다. 6명의 중국연예인이 고향 또는 자신이 성장한 집에서 부모 중 한 명과 함께 5박6일동안 지내는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김영희 PD가 총연출자 겸 제작자로 참가한 첫 중국 진출작 ‘폭풍효자’제작발표회.

첫 방송 시청률은 1.591%로 동시간대 1위, 점유율은 6.95%로 전국 1위다.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런닝맨’의 중국판 첫회 시청률은 모두 1.4~1.5%였고 2회부터 2.0% 이상 나오며 대박 행진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발이 매우 순조롭다. 무엇보다 효도를 주제로 한 예능 다큐멘터리라며 현지 인터넷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영희 PD는 중국과 한국 문화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잡아내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공익예능이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식의 편지를 보고 부모가 우는 것은 한국과 중국이 똑같다. 사투리가 우리보다 훨씬 심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웃음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중국은 목욕 가는 문화가 없고, 우리와 다른 문화들이 너무 많았다.”

중국의 톱스타는 헐리웃보다 더 귀한 대우를 받는다. 이들에게 매니저와 휴대폰도 없이 5박6일간 부모와 동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PD는 우리로 치면 원빈 급에 해당하는 황샤오밍의 섭외를 위해 한달간 설득을 했다고 밝혔다.

‘폭풍효자’는 중국과 대만 전역의 6군데 장소에서 동시 제작됐다. A팀과 B팀으로 나눠 촬영이 진행됐는데, 한 장소당 100여명의 스태프가 참가했다. 중국 PD와 작가도 5명씩 참가했다. 무려 600여명이 제작에 참가한 것이다. 김영희 PD는 촬영기간중 15번이나 비행기로 오가며 연출을 총지휘했다.

한 집에 설치한 카메라 대수만 50~60대였다. 녹화 분량이 너무 많아 컴퓨터 서브 용량을 키워야 했다. 녹화 기록을 압축하고 편집하는 편집실이 무려 700여평이다. 20~30개의 방에서 편집했다. 편집하는 방마다 통역을 붙였다.

김영희 PD

김 PD는 글로벌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서는 이처럼 규모와 물량, 제작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같은 작은 나라에는 좋은 콘텐츠가 나오지만 중국은 이를 활용해 더 큰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한다. ‘폭풍효자’가 중국에서 성공하면 프랑스 칸느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영어 제목을 ‘더 그레이티스트 러브’라고 지어놓았다.

김영희 PD는 “‘효’는 지구상의 중요한 가치이자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가치인데 자꾸 무너져간다”면서 “그래도 효는 인간이 가져야 될 존엄성이다. 자꾸 잊어버리는 효를 되짚어보자는 것인데 중국도 환영한다. ‘폭풍효자’는 효를 가볍고 재미있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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