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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연아가 대통령보다 위대한 이유
유영. 지난 10일 끝난 제70회 전국 피겨선수권대회에서 탄생한 차세대 스타다. 만 11세 8개월인 유영은 여자싱글 시니어부문에서 우승했다. 김연아가 2003년 같은 대회에서 세웠던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세 7개월) 기록도 갈아치웠다. 빙상계에선 김연아를 넘어설 미래 재목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140cm 조금 넘는 키의 앳된 초등학생 소녀. 유영의 롤모델은 다름아닌 월드 스타 김연아다. 유영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우승 장면을 보고 피겨화를 신었다고 한다. 김연아의 연기 영상을 보며 점프 독학을 했다고 한다.

유영은 김연아라는 꿈을 먹고 자랐다. 응석받이 유영이 하루 8시간 고된 훈련을 즐기듯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김연아란 뚜렷한 롤모델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더 있다. 여자 골프의 ‘박세리 키즈’들이다. 골프 여제 박인비부터 신지애, 지은희까지. 그들은 박세리를 보고 꿈을 키웠다. 넓게 보면 김효주ㆍ전인지ㆍ김세영도 박세리 키즈다. 한 때의 유행으로 금새 꺼질 것만 같았던 ‘한류’ 역시, 아이돌 스타의 성공 스토리를 보고 꿈을 키운 새 피의 지속적인 공급이 있었기에 계속 힘을 받고 있다.

내키지는 않지만 잠시 앵글을 돌려보자.

정치에는 김연아 급 롤모델이 있을까? 경제계에는 박세리 급 롤모델이 있을까? 아마 고개를 젖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다소 올드하지만 ‘응팔’(응답하라 1988) 세대에게는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뭉친 정주영, 이병철이라는 창업 세대가 있었다.

‘응사’(응답하라 1994) 세대에게도 벤처의 꿈을 펼쳐나간 안철수, 전하진이라는 롤모델이 있었다. 물론 정치판을 말을 갈아탄 그들이 더 이상 롤모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판을 보자. 국회의원부터 대통령까지. 떳떳하게 내가 롤모델이라고 외치고 나설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은 가진 아이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000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 000같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아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정치판은 오히려 ‘000처럼 되겠다’는 포지티브 롤모델보다는, ‘000처럼은 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롤모델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좌절하지는 말자. 글로벌 시대,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우리 미래세대가 본보기로 삼을 ‘수입 롤모델’은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청춘은 아파야 한다. 아픔을 이겨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 롤모델은 그 성장통을 즐거움으로 바꿔줄 수 있는 예방약이자 치료제다. 이 약이 없다면 ‘아프니까 청춘’은 그냥 아프기만한 ‘환자 청춘’이 될 수밖에 없다.

나도 아이의 아버지다. 아쉽게도 아버지라는 생리학적 롤모델외에 사회적 롤모델을 제대 로 하고 있는 지 자신이 없다. 미래 세대에게 ‘따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것. 어쩌면 아이들에게 밥과 옷을 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기성 세대의 의무가 아닐까.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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