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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대북방송 재개된 중부전선 가보니.. 체감온도는 -18도, 방어의지는 100도
[국방부공동취재단=김수한 기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앞둔 8일 오전. 중부전선 최전방 군부대 일반소초(GOP)의 휴전선 철책에 대북 확성기 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온은 영하 10도. 살을 에는 추위 속에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8도라고 안내 장교가 설명했다.

직접 바라본 대북 확성키 스피커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가로로 4개, 세로로 6개, 총 24개의 확성기가 붙은 형태였다. 폭은 3m, 높이는 6m의 거대한 구조물에서 최전방 지역의 적막을 깨는 대북방송이 곧 울려퍼질 터였다.

시간은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약 1시간 후면 지난 8월 이후 약 4개월 가량 침묵을 지켰던 대북 확성기가 다시 남북 관계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1시간이 ‘폭풍전야’처럼 느껴졌다.

안내하던 군 장교는 “잠시 후 방송이 재개되면 북한이 어떤 식으로 나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재진의 발걸음을 다급하게 재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8일 정오를 기해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 직전에 중부전선 GOP 부대의 대북 확성기 시설을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이른바 휴전선 철책으로 알려진 곳, TV를 통해 우리 장병들이 철조망 틈새 하나하나를 직접 점검하던 바로 그곳 앞에 대북 확성기 장비가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곳에서 북한군 GP(소초)까지는 불과 2㎞에 불과하다.

스피커가 음향을 뿜어내면 10~20㎞까지 퍼진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는 약 24㎞까지, 주간에는 10여㎞까지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 방송은 최전방 전선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북한군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심리전의 첨병이다. 항우의 초나라 병사들이 상대 계략에 말려들어 고립됐을 때, 사면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 사기를 잃었다는 고사성어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8일 정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서 방송 장비가 설치된 최전방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조용한 전방 지역이기 때문에 소리의 영향력은 더 커 보였다. 군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여기서 대북 방송이 시작되면 DMZ 안에 있는 북한군 GP는 물론이고, DMZ 북쪽 부대, 그리고 그 너머 민간인 거주지까지 방송이 도달하고도 남는다.

스피커 바로 뒤에는 거대한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음향이 전방으로만 뻗어나가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스피커 앞에는 북한군의 타격에 대비해 1m 높이의 둔덕을 쌓았다. 또 전방의 북한군 동향을 실시간 감시하는 무인카메라도 설치돼 있었다.

이곳 부대는 지난 7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내리자 신속히 하루만에 모든 장비 설치를 완료했다. 방송 장비 주변에 초소와 감시 설비도 늘렸다.

군은 대북 방송 재개 이후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해 대북 확성기 설치 지역의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 상태다. 감시 태세도 한층 강화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방송실은 대북 확성기 스피커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스피커가 내보내는 방송은 이곳에서 통제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주로 심리전 FM인 ‘자유의소리’ 방송을 그대로 송출한다. ‘자유의 소리’ 방송을 하지 않을 때에는 이곳에서 CD로 최신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군은 8일 정오부터 재개되는 대북 방송에 걸그룹 에이핑크, 여자친구 등의 최신 인기가요를 틀어줄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개되는 대북 방송 내용은 남한 뉴스,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 남북 동질성 회복, 북한체제 비판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며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사실에 기초한 라디오드라마, 음악 등을 송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북 확성기 시설 인근에 마련된 방송실에서 대북 방송이 제어된다

그밖에 김정은 체제와 4차 핵실험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문제, 경제적으로 궁핍한 북한의 실상, 경제가 어려우면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핵무기를 개발하는 체제에 대한 비판 등을 담는다.

군은 이런 식으로 최전방 10여곳에 배치된 고정식 대북 확성기 장비를 가동하고, 6개의 최신 이동식 확성기 장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식 확성기는 차량에 탑재해 신속히 이동하며 북한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고성능 방송 장비를 탑재해 기존 고정식 확성기보다 10㎞ 이상 멀리 소리를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실 문 앞에는 ‘진실을 알리자’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어디까지나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송출한다는 게 우리 군의 기본 입장이다. 이곳 부대는 평소 방송실에도 병력을 배치하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할 때는 북한군 도발에 대비해 이곳에 병력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취재진을 만난 한 장병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당연한 조치”라며 “적이 이를 빌미로 삼아 도발할 경우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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