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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아이스크림 같아, 손에 쥐고만 있어도 녹아 버리지…”
-문예위 제작 지원 창작뮤지컬 5편 릴레이 공연 시작…‘웰다잉’ 5일 개막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아이스크림은 천천히 먹는 게 좋더라고요.”

“아이구 달콤하다. 이렇게 쥐고만 있어도. 인생 같아.”

“쥐고만 있어도 녹아 버리는게 인생이네요.”


아이스크림 먹으며 세 노인이 나누는 이야기다. 주지하다시피 아이스크림은 ‘삶’을 상징한다.

잘 사는 건 뭐고, 잘 죽는 건 뭘까. 답이 있기는 한 질문인걸까. 뮤지컬 ‘웰다잉(제작 스페셜원컴퍼니)’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 보다 또 한번 질문을 반복하는 이야기다.

우연찮게도 현재 국회에서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 ‘웰다잉’이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뮤지컬 형식을 취했지만 연극적이고 시(詩)적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 씨가 이야기와 노랫말을 만들고, 작곡가 이숙진 씨가 곡을 입혔다. 연출은 뮤지컬 ‘빨래’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낸 추민주 감독이 맡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창작뮤지컬 제작지원 작품 공모에서 선정된 중소형 규모의 신작 5편이 1월부터 3월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잇달아 오른다.

그 중에서 뮤지컬 ‘웰다잉’이 지난 5일 가장 먼저 초연 무대를 열었다. ‘웰다잉’을 시작으로, ‘스페셜 딜리버리(극단 오징어)’, ‘안녕! 유에프오(LSM 컴퍼니)’, ‘에어포트 베이비(신시컴퍼니)’, ‘신과 함께 가라(야긴 뮤지컬 컴퍼니)’가 석달에 걸쳐 공연된다.

‘웰다잉’은 짜임새 있는 드라마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2015년 시범 리딩공연 당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첫 상업무대 공연에는 홍희원, 최연동, 한보라, 김성수, 이현진, 변효준, 조지승, 홍승안 배우가 출연한다.

극을 이끌어 가는 건 세 명의 노인 구파발, 신대방, 남태령이다. ‘잘 죽기 위해’ 함께 자살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죽지 못하고 돌아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살기로’ 결심하는 순간 죽음이 그들을 찾는다.

홍희원(구파발 역), 최연동(신대방 역), 한보라(남태령 역) 세 명의 1980년대생 배우들은 실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췌장암 말기의 신대방 역할을 맡은 최연동은 능청스러운 말투와 억양이 영락없이 꼬장꼬장한 노인의 모습 그대로다.

뮤지컬 ‘웰다잉’은 중소형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련된 멜로디와 시적인 대사, 노랫말이 완벽한 짜임새를 이룬다.

“별이 차가워지려해, 눈물이 차가워지려해”처럼 감수성이 넘치거나, “내가 믿는 여자는 엄마랑 내비게이션밖에 없어, 두 여자 모두 나를 길을 잃게 만들었다구” 같은 재치 넘치는 대사들도 귀에 꽂힌다.

죽음으로 떠나는 자살여행을 소재로 했지만, 이를 통해 얘기하는 건 삶이라는 즐거운 여행이다. 반복되는 노랫말이 이를 말해준다.

“좋은 여행이 될거야, 우린 잘 선택한거야, 외롭지 않아, 슬프지 않아, 금방 끝날거야.”

공연은 17일까지. 티켓 가격은 R석 4만원, S석 2만원.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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