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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2015 드라마 결산…‘비운의 명작’부터 ‘희대의 졸작’까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올해에도 드라마는 홍수처럼 쏟아졌다. 지상파 방송3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JTBC, 케이블 채널 tvN을 주축으로 다양한 드라마가 쏟아졌다.

시청률은 물론 매출에 있어 ‘사상 유례없는 흉작’이라 불렸던 2014년과 2015년 상반기를 견디니 드라마 시장은 활기를 띄웠다. 2년 전 ‘별에서 온 그대’(SBS)의 영광을 되찾은 드라마가 등장한 덕분이다. 하반기엔 비지상파 계열에서의 드라마 제작도 눈에 띄었다. 티캐스트 계열 E채널과 드라마큐브에선 역대 최고 제작비 3억원을 투입해 2년 만에 자체제작드라마(라이더스:내일을 향해 쏴라)를 내놨다. 현대미디어 계열 드라마H에서도 이태임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유일랍미’를 선보였다. 우후죽순 쏟아졌고, 시청률 부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관계자들은 확인했다. “주중 예능 프로그램이 5~7% 나오는 상황에서 부침이 있다 해도 결국 그 이상 성과를 내는 파괴력을 지닌 콘텐츠는 드라마”(박기성 E채널 팀장)라는 점이다. 종편, 케이블에선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콘텐츠이기도 하다. 

쏟아진 숫자의 양 만큼 2015년 한 해동안 방송됐던 드라마의 질은 천차만별이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은 수작도 있으며, 숫자는 아쉬웠던 비운의 명작도 나왔다. 당연히 하나만 선정하기엔 아쉬울 만큼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 졸작의 숫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은 올 한 해 드라마를 결산해 평가해봤다. 지난 1년간 해당 기사를 통해 다뤘던 드라마와 다루지 못했던 드라마를 아울러 분야별로 한 작품씩 꼽았다.

▶ 2015 시청률 1위 SBS ‘용팔이’

드라마 `용팔이`

고승희=허술한 스토리, 일관성 잃은 캐릭터…용두사미의 대명사 ★

이혜미=시청률과 재미는 반비례 ★☆

정진영=김태희 생애 최고의 연기를 봤다. 차기작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추천 ★★

시청률 가뭄을 앓던 드라마 시장에 단비를 내린 작품이다. 배우 김태희의 2년 만의 복귀작에 주원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SBS ‘용팔이’다. 이 드라마는 어찌됐건 시청률 하향평준화가 고착된 업계의 가뭄을 끊어냈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1년 6개월 만에 20%를 넘긴 작품이다. 최종회 시청률이 21.5%(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나 됐다. 올 한 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가운데 최고 수치다. 방송관계자들 역시 ‘용팔이’의 무서운 흥행에 희망을 봤다. “시청률은 더이상 안 되는 건가” 싶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혼란스러울” 즈음 이 드라마가 등장했다. ‘용팔이’의 흥행에 작가들은 “재밌는 드라마는 보는구나. 시청층이 이탈한 것은 아니구나”(SBS ‘육룡이 나르샤’ 김영현 작가)라며 안도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쉬웠다. ‘주원의 원맨쇼’가 빛났고, 김태희가 ‘주홍글씨’처럼 안고 다녔던 연기력 논란을 피해갔던 드라마는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용한 돌팔이’ 의사 ‘주원의 원맨쇼’에 초반을 할애하더니,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눈을 뜨자 멜로드라마로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됐다. 이 드라마는 애초에 ‘복수극’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은 ‘기승전멜로’라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배우들의 이름값과 인지도에 걸맞지 않게 나날이 산으로 가는 드라마는 PPL(간접광고)의 강렬한 인상만 남겼다. ‘방구하기’ 애플리케이션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건 드라마의 시청률 덕분이다. ‘용팔이’를 계기를 방송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드라마의 기본은 대본”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용팔이’는 2015 대한민국 한류문화대상 드라마 부문에서 수상의 쾌거를 안았고, 진주 드라마어워즈에선 작가상을 받았다.

▶ 비운의 명작 JTBC ‘송곳’

드라마 `송곳`

고승희=우리는 ‘송곳’이 될 수 있냐고, 드라마가 물었다 ★★★★☆

이혜미=‘미생’이 판타지였다면 ‘송곳’이야말로 현실 그 자체 ★★★★

정진영=원작 웹툰 이상의 뾰족한 감동 준 ‘명작’ ★★★★★

‘비운의 명작’이다.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옮긴 드라마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였다. JTBC ‘송곳’은 2003년 외국계 대형마트 까르푸 노조의 조직 과정과 파업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괜찮겠냐”는 우려를 들었던 작품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면 잡혀가던 시절”(안내상)이 있었고, “2003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한 노동계의 화두를 다뤘기”(안내상)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누군가에겐 카타르시스를 안길 수도 있는 드라마였다. 당연히 받아야할 노동자의 권리가 짓밟히는 현실은 포장도 없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기존의 드라마가 드라마로서 해야하는 선을 지키며 어느 정도 힘든 현실을 그리고 공감하는 정도”였다면, ‘송곳’은 “행동강령을 알려주고 시스템의 변화”(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를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송곳’은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중간관리자 이수인(지현우)과 노무사 구고신(안내상)이라는 ‘행동하는 인물’을 통해 당연하다 여겨지는 시스템의 폐부를 끊임없이 찌른다. 이수인이라는 인물은 드라마의 중심에 서지만 사건에선 벗어난 제3자라는 점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매만진다.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있지 않아야 할 것이 있는 상상해본 적이 없는 기이한 있음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혼란”(이수인 내레이션)은 노골적인 주제의식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냈다.

드라마는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해오다 승자와 패자도 없이 끝이 났다. 판타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끝까지 불편한 드라마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 희대의 졸작 SBS ‘하이드 지킬, 나’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고승희= 60분 짜리 대형광고 ★★☆

이혜미= 시청자들이 ‘의리로 본 드라마’라면 말 다했네 ★

정진영=캐스팅은 참 좋은데…한지민 없으면 어쩔뻔 했니? ★★☆

다중인격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가 올 초 나란히 안방을 찾았다. MBC ‘킬미 힐미’가 먼저 포문을 열었으나,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SBS에선 톱배우 현빈과 한지민이 호흡을 맞춘 ‘하이드 지킬, 나’가 대기 중이었다. 배우 현빈의 4년만의 복귀작으로 관심으로 모은 데다, 해리성 인격 장애를 가진 재벌가 2, 3세가 주인공이라 공통점을 안은 로맨틱코미디라는 데서 두 편의 드라마는 여러 가지로 닮아 있었다. 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하이드 지킬, 나’는 1월 21일 첫 방송, 8.6%(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4.3%로 막을 내렸다. 최저 시청률은 3.4%였다. 이 드라마는 달달한 그림과 분위기를 연출하다, 회차를 거듭하며 스릴러와 액션을 어설프게 섞으며 복합장르로의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결국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상파 드라마의 ‘멜로 강박증’이 발목을 잡았다.

스토리는 허술했으나, 그림 같은 두 배우를 담아내는 영상미는 CF가 따로 없었다. 멋지고 예쁜 배우들을 보여주기에만 충실한 탓에 드라마는 30초 짜리 광고를 60분 내내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회당 4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군데군데 끼워넣은 간접광고 역시 이 드라마를 CF처럼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너무 예쁜 것만 보여주면 쉽게 질리는 법이다.

▶ ‘너로 정했다’ 2015 역작 SBS ‘펀치’

드라마 `펀치`

고승희=살 떨리는 난타전이 담아낸 지독한 허무주의와 실낱같은 희망의 이중주 ★★★★★

이혜미=‘나쁜 놈’, ‘덜 나쁜 놈’, ‘더 나쁜 놈’이 그려낸 권력의 세계 ★★★★☆

정진영=권력 향한 끝없는 복마전과 아귀다툼…우리는 과연 끝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까 ★★★★★

박경수의 작가의 ‘권력 3부작’의 완결편이다. SBS ‘펀치’는 올 1월 방송했으나, 연말이 된 현재까지도 가히 ‘2015년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드라마다. 박경수 작가가 조준한 세계는 공권력(법)이었다. ‘펀치’는 그 안에 기생하는 인간들의 욕망을 해부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 칼을 겨눴다. 그 흔한 아이돌 연기자도, 멜로도 없었으나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동시간대 드라마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은 검사는 내부고발자가 돼 거대한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펀치’를 날린다. 익히 알려진 사건을 공권력으로 촘촘하게 묶어 부패한 세계를 그린다. 이 공간에 ‘좋은 놈’은 없다.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더 나쁜 놈’들이 권력을 향한 끝없는 아귀다툼을 벌인다. 선 굵은 소재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어진 드라마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반전의 묘미를 살린 속도감 있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펀치’가 수작인 이유는 삼박자가 맞았다는 데에 있다. 필력 좋은 작가의 탄탄한 구성과 ‘문학적 영역’에 가까운 비유적인 대사, 살풍경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이명우 감독의 연출,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흠 잡을 데가 없으니 작품은 주제의식이 두드러졌다. ‘욕망 앞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까’, ‘욕망을 따를 것인가, 신념을 따를 것인가’.

▶ 끝나지마 tvN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고승희=가족ㆍ이웃ㆍ첫사랑이 판타지가 된 2015년의 응답 ★★★★

이혜미=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았던 그 시절 정겨운 ‘오지랖’에 코끝이 찡 ★★★★

정진영=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2015년이 1988년보다 행복한가 ★★★★

이쯤하면 신드롬이다. 신원호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이번엔 망할 것”이라고 약을 뿌렸다. 어차피 전작의 성과를 이어받은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탓에 어느 정도의 흥행은 예감됐다. 상승세도 빠르고, 인기도 상당하다.

1988년 쌍문동으로 돌아간 ‘응답하라1988’은 지난 11월 6일 6.1%로 출발하더니 방송 5회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10.8%)을 기록했고, 12회에서 전작 ‘응답하라 1994’의 최고 시청률(12.0%)을 뛰어넘었다. 12.2%였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선 무려 13.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상한가를 달린 드라마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쏠쏠하다. tvN에 따르면 ‘응팔’의 일주일간 VOD 매출(TV, 온라인, 모바일 전 플랫폼 매출 기준)은 5억원(11월 16일~22일 기준)에 달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공감과 그리움에서 나온다. 기존 시리즈보다 시계를 한참 되돌린 ‘응팔’은 가족와 이웃의 정을 이야기하고, 첫사랑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골목 친구들의 우정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담아낸다. 시청자에게 아련한 판타지를 주는 부분이다. 현재 반환점을 찍고 10회분만을 남겨두자, 시청자 사이에선 벌써부터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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