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계 관계자는 “한ㆍ중 FTA가 타결을 기대하고 있던 기업들의 뒤통수를 친 것 아니냐”며 “자발적인 기부라고 하지만 재원 마련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규모에 맞춰 또 쌈짓돈을 털어 각출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기업 경쟁력을 키워줘도 모자랄 판에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FTA 상생기금을 신설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미 재계는 청년희망펀드에 10대 기업이 1000억원을 기부했으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드는데도 수백억원을 부담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밀어붙이니까 기업 총수들이 어쩔수 없이 사재까지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재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합의해놓고 자발적이라고 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대규모 FTA를 여럿 추진하는 중에 이번 기금이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기금 조성 이후 FTA 때마다 추가적 기금을 조성하게 되면 기업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만들 때도 일방적으로 하고, 이제는 재계 불만 목소리가 커지니까 이것도 좀 자제해달라고 한다”며 “한ㆍ미 FTA 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법도 없이 세금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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