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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들 분양가 내리는 이유? “다시 미분양 공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올해 워낙 (분양)시장이 좋았잖아요. 그래서 분양가를 좀 낙관적으로 잡았다가 내년 다시 냉각기가 올 거라는 전망이 많아 막판에 자체적으로 분양가를 낮췄습니다.”(수도권 한 건설사 분양 관계자)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 물량 공급과다 논란, 내년 불투명한 전망 등으로 수요자들 반응에 따라 분양가를 전격 인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분양가가 한번 올라가면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상황에 맞춰 완급을 조절하려는 의지가 물씬 묻어난다. 직전 분양단지가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 다음 단지는 어김없이 이를 감안해 분양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2000년대 말~2010년대 초반, 시장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고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가를 책정해 입주 후 3~5년이 넘도록 집이 비어 있는 악성 미분양이 다량 발생했다”며 “시장과 호흡하지 않는 고분양가의 말로를 알기 때문에 요즘에는 건설사마다 분양가 책정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필요하면 거리낌없이 앞서 분양한 단지보다 값을 낮춘다”며 “분양한 뒤 입주자끼리 분쟁의 소지가 큰 할인분양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건설사들은 일단 가급적 실수요자들이 선호해 미분양 걱정이 덜한 전용면적 59㎡, 74㎡, 84㎡ 등 중소형 위주 단지 구성을 선호하고 있다. 중소형 단지로 무장한 뒤에도 주변 시세나 직전 분양단지 분양가 등을 참고하며 섣불리 값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수도권 북부지역에서 분양을 시작한 한 아파트는 당초 3.3㎡당 분양가를 1200만원 중반대로 책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 수요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분양가가 3.3㎡당 1200만원대를 넘어가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단지는 즉시 분양가를 1100만원 후반대로 낮춰 견본주택을 오픈, 분양을 시작했다.



분양 관계자는 “원래 1200만원 중반대로 계획된 단지지만, 이 경우 100% 계약 마감까지 수개월이 더 걸릴 거라는 전망이 나와 금액을 약간 낮추면서 빨리 소진되는 쪽을 택했다”며 “내년 시장 전망이 안갯속이어서 가급적이면 빨리 마감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때 ‘미분양의 늪’으로 불리다 작년과 올해 탄력을 받으며 시세 상승이 이뤄졌던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단기간 미분양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분위기에 들떠 건설사마다 분양가 높이기에 나서면서 현장감을 잃은 탓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경기 김포시 미분양 주택은 총 2008가구로 지난해 8월(2320가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이달 청약접수한 단지 역시 미분양이 발생돼 김포 미분양 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분양시장이 호황을 이뤘지만 수요자들은 내년 전망이 불투명해 약간의 분양가 상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건설사들 역시 그런 변화에 주의깊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앞서 경기 남부인 용인시 일대에서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 역시 분양가가 3.3㎡당 85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요 조사 결과를 반영해 790만원대로 낮춰진 적이 있다. 또 남양주 다산신도시 분양 단지들도 최초 공공분양 당시 3.3㎡당 900만원대에 책정됐다가 민영분양에서 1060만원(유승한내들), 1140만원(아이파크) 등으로 급등세를 보이다 다시 1080만원(반도유보라)으로 낮춰지기도 했다.

soohan@heraldcorp.com



<사진설명>건설사들이 올해 분양 물량 공급과다 논란, 내년 불투명한 전망 등으로 수요자들 반응에 따라 분양가를 전격적으로 인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최근 분양한 아파트 견본주택 전경. 방문객이 적어 예상 외로 한가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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