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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신발 세켤래 닳도록 그녀가 뛰어다닌 이유
성북구 윤성희씨의 주민참여예산위원 활동기

[나는서울시민이다=김준용 마을기자]  지난 11월25일 서울 성북구청 지하 다목적홀에 소중한 사람들이 모였다. 유공구민 표창을 받는 사람들이다. 윤성희씨도 그들 가운데 있었다. 2011년 성북구 참여예산위원을 지낸 그녀는 다음해인 2012년 서울시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한 노력을 이날 인정받았다. 윤씨의 표창소식에 동료 참여예산위원들의 축하 인사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제일 먼저 받아야 되실 분인데 서울시 참여예산으로 상을 받아 2년 안에는 상을 받지 못하는 제약에 걸려 이제야 상을 받게 되었어요."

동료위원들의 표현대로, 상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4년동안 개인카드까지 쓰면서 열심히 성북구 참여예산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일한 공로를 인정받는 자리라 감회가 더욱 새롭다는 뜻이다. 경상도 울산이 고향인 돌직구 '아주메'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그녀.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고, 죽어도 타협을 못하는 그녀는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고 정주영 회장이 현대건설에 재직할 때 기획실에 근무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혼 후 아이들만 키우느라 직장 생활을 접은 터였다. 하지만 경기도 안산에 살던 시절 YMCA 활동을 하면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뒤 시화호 문제, 핸드폰 수신자 요금부담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아파트 공동주택 관리 규약에도 문제제기를 할 정도로 사회의 부조리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 그녀를 지배했다.

그렇게 10여년 활동 중에 갑작스런 척추사고로 병원신세를 지고는 조용히 살고자 이사한 곳이 바로 성북구 삼선동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일상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2011년 성북구 참여예산을 시작하며 참여예산 학교 수강생 모집을 본 순간부터다.

“성북구는 구 자체 수익이 적어 경상비를 빼고 나면 구 살림살이 유지가 어렵잖아요."

서울시가 돈 많은 놀부네 자식들보다 먹을 것 없는 흥부네 자식 같은 성북을 포함한 강북 전체 지역의 필요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맴돌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예산의 흐름을 알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되살아 났다.

500억원이라는 서울시 참여예산 규모에서 매년 30억원을 성북구에 확정되도록 노력할 때 그에게도 원칙은 있었다. 우리 구 사업이라고 무조건 선정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가 아닌 현장 확인을 중요시 한다. 그로 인해 삼선동 주변 성북천 포장사업과 관련해 포장재료 때문에 반대가 많을 때 며칠을 성북천에 서서 이용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걷기 좋은 성북천 사업이 선정되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참여예산 사업 가운데 모니터링을 통해 예산낭비 사례를 밝혀내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북악 팔각정 화장실 내부 리모델링 사업에 3억원이 배정된 근거가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자,  북악 팔각정을 직접 찾아가 멀쩡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사업은 전면 리모델링에서 부분 보수로 전환되었고, 공사 예산은 3억원에서 6천474만원으로 깎이게 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땐 모니터링이라든가 사업 현장조사 같은 개념도 없었습니다. 내가 선정했던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당초 종로구에서 참여예산 사업의 하나로 ‘북악 팔각정 화장실 내부 리모델링’ 사업을 신청했을 때 신청금액은 5억원이었다. 2012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공원분과에서 이 금액이 과다하다고 보고 3억원으로 조정해 시의회 결의까지 받아낸 사업이었다.

하지만 공원분과 부위원장을 지낸 윤성희씨는 막상 북악 팔각정 화장실을 방문해 보고 "화장실이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 화장실은 내외부 시설 환경이 상당히 양호하고 일부 파손 부분을 장기간 방치하고 막힌 부분은 근본적인 해결을 안하다가 리모델링 신청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직접 발로 뛰며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종로구청으로부터 황당하다는 평을 받고는 시설 개보수 전문가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건축담당, 설비담당, 정화조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들은 다른 일 같으면 수십만 원씩 하는 설계 견적을 단 10만원 선에서 출장비만 받고 자문을 해주었다.

자문 받는데 들어간 50만원쯤 되는 돈은 공원분과 ‘5형제’가 갹출해서 해결했다. 그리고 종로구청과 팔각정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공식적으로 찾아간 것만 아홉 차례. 2013년 12월31일 북악 팔각정 화장실은 공사를 마무리했다. 당초 3억원으로 예정됐던 공사비는 6천474만7000원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서울시 ‘시민 예산낭비신고 및 예산절감제안 심의’에서 ‘공적’을 인정받아 성과금을 한 사람당 100만원이나 받았지만, 그 마저도 환경관련 화장실 개선사업을 하는 소규모 기업에 기부했다.

“참여예산제도는 이제 씨를 심어 뿌리가 내리는 제도입니다. 꽃이 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물과 자양분을 주어야 제대로 된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된다”고 어디서나 입버릇처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윤성희씨.

그녀는 민관합치의 사례, 민관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주민을 들러리로 세우는 시늉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살아있는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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