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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룡음수·배산임수형·길지…분양시장에 부는 ‘風水’바람
내년 전망 불투명, 분양촉진 올인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부지는 최고의 명당….”

이달 분양한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현장. 견본주택 내부에 마련된 영상 홍보관에서는 풍수지리 전문가가 아파트 주변의 풍수지리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무한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관람객들은 처음엔 다소 의아해했지만, 어느새 홍보관 한 켠에 하나둘 착석해 경청했다. 이들 대부분은 영상이 끝나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수도권 아파트 건설공사장 옆에 유명인의 묘지가 조성돼 있어 이 일대가 풍수적으로 길한 곳임을 추정하게 해 준다


한 관람객은 “집 근처에 새 아파트 분양이 나와 보러왔는데 견본주택에서 풍수지리 영상을 틀어주는지는 몰랐다”며 “우리 동네 풍수가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설명은 처음이라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얘기를 들어보니 풍수는 무시할 수 없다 싶다.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호감도도 더 커졌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서초동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역시 풍수지리를 적극 활용해 부유층들의 마음을 빼앗은 케이스다.

이 단지 주변에 대해 동, 서, 남 3면에서 모인 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으로 유입되는 터로서 재물이 모이는 명당이라고 알리자, 상대적으로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모았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4000만원대에 육박(3851만원)했지만, 평균 경쟁률 56.28대 1로 1순위에서 전 주택형이 청약 마감됐다.

이달 분양 중인 경기 남양주의 한 신도시에서도 역시 풍수지리 마케팅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단지는 ▷백두대간 기운이 응집한 자리 ▷재물운이 큰 자리 ▷갈룡음수형의 명당으로 큰 인물이 나타날 자리 ▷수맥 피해가 없는 자리 ▷남향 등 풍수의 주요 요소를 총동원한 마케팅을 펴고 있다.

이와 같이 풍수지리는 아파트 분양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예로부터 풍수는 집을 구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동안 뜸하던 아파트 풍수지리 마케팅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분양업계는 왜 다시 풍수 마케팅에 빠진 것일까.

부동산과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최대 물량이 쏟아지는 올해, 특히 막바지 분양 물량 밀어내기가 한창인 가운데 풍수지리 마케팅이 고개를 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정부가 과도한 부동산 담보 대출에 제동을 걸고 있어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 이런 가운데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이 옥석가리기를 통해 스스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단지를 우선적으로 내놓고, 분양을 개시한 단지에 대해서는 가용한 모든 마케팅 수단을 총동원하며 전방위적으로 분양 성공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학회장은 “주택 분양 마케팅에 있어 풍수지리를 활용하는 것은 오래된 일로,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풍수지리에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최근 대부분의 단지에서 풍수지리를 논하는 배경에는 올해 예년보다 훨씬 많은 분양이 쏟아져 나오면서 건설사 스스로 옥석을 가린다는 측면도 있고,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을 좀 더 촉진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이와 비슷한 견해다.

그는 “부동산과 풍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건 사실이지만 올해 막바지 밀어내기 물량이 한창인 가운데 유독 풍수를 강조하는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며 “교통이나 교육 등 다른 필수요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풍수마저 좋다고 하면 마음이 쉽게 움직이게 마련이다”고 했다. 그는 다만 “대도시의 흉당이 시골의 명당보다 낫다는 얘기도 있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 흉당인 곳은 사실 찾기 힘들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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